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 백신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지속되자 방역 당국이 7일 60세 미만 국민을 대상으로 한 AZ 백신 접종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추진단)은 이날 ‘백신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AZ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인 대상 중 60세 미만에 대한 접종을 한시적으로 보류하고, 8일로 예정됐던 특수교육·보육, 보건 교사, 어린이집 간호 인력, 장애인 시설 종사자 등의 AZ 백신 접종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AZ 접종이 보류된 60세 미만 대상자는 3만8771명이며, 8일부터 접종이 예정됐다가 연기된 인원은 14만2202명이다.
방역 당국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최근 유럽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AZ 백신 접종 후 혈전 생성이 잇따라 보고되면서 안전성 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럽의약품청(EMA)도 7일(현지 시각) AZ 백신 평가 결과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AZ 백신과 매우 드문 혈전 발생 사이 연관성은 확인되나, 여전히 접종을 하는 데 따른 이익이 코로나 위험보다 크다”고 밝혔다.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특이 혈전과 연관성을 처음 인정한 것이다.
앞서 영국에선 AZ 접종자 1800여만명 중 30명에게서 혈전이 발생하고 7명이 숨지면서 보건 당국이 30세 미만 젊은 층에 대해 AZ 접종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60세 미만, 캐나다와 프랑스는 55세 미만에 대해 AZ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AZ 백신 접종 후 혈전이 생긴 사례가 또 발생했다. 방역 당국은 “지난달 17일 AZ 백신을 접종받은 20대 여성 의료 기관 종사자가 지난 5일 다리와 폐에 혈전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AZ 백신 접종 후 혈전 생성이 보고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방역 당국은 “해당 환자는 혈전 용해제 치료를 받아 지금은 호전된 상태”라며 “혈전증과 백신의 인과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코로나 확진자는 600명대로 급증하며 ‘4차 대유행’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7일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는 668명(지역 발생 653명·해외 유입 1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시작된 ‘3차 대유행’이 정점을 지나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던 지난 1월 8일(674명)이후 89일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최근 1주일간 일평균 확진자 수는 545명으로 2주 전인 3월 24일(429명)보다 27%가량 증가했다. 거리 두기 단계 조정의 핵심 지표인 일평균 지역 발생 확진자 수는 523.7명으로 2.5단계 기준(전국 400~500명 이상)을 훨씬 웃돌고 있다.
그동안은 종교 시설이나 유흥 주점 등 일부 다중이용시설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하며 확진자가 급증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직장이나 식당, 지인 모임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확산세가 강해지고 있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확진자가) 2배수로 증가하는 것은 우리나라에 집단면역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4일 “유행이 다시 확산되면 짧은 시간 내에 하루 1000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코로나 검사 확대를 통해 4차 대유행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지금까지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나 증상 유무에 따라 무료 진단 검사를 시행했지만 앞으로는 전국 모든 보건소에서 거리 두기 단계나 증상과 관계없이 누구나 무료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당국은 다음 주부터 적용될 사회적 거리 두기 조정안을 9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방역 조치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4차 대유행은 진작부터 예견됐으나 정부가 눈치를 보느라 거리 두기 격상을 망설여왔다”며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해선 거리 두기를 강화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