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대상을 확대하는 등 접종 속도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7일 “2분기 AZ 백신 접종을 기존 65~74세에서 65세 미만 연령까지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확정된 수정 계획을 다음 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당초 하반기 접종 대상이던 65세 미만 일반인의 접종 시기를 2분기로 당기는 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정부가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겠다고 장담하면서 낮은 접종 예약·동의율을 끌어올리는 게 정부의 새로운 고민으로 떠올랐다. AZ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무조건 맞으라” “백신 선택권을 달라”는 갈등 양상도 펼쳐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 청장은 “3분기에 백신 선택권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가 곧바로 “선택권을 드리기 어렵다”면서 번복하기도 했다.
상반기 국내 백신 접종은 고령층 등 코로나 고위험군과 의료진·사회필수인력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들을 최대한 빨리 접종하고 다음 접종 대상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문제는 이 집단에서부터 ‘AZ 백신' 기피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7일 0시 기준 AZ 백신 접종 대상자인 경찰·소방 등 사회필수인력 접종 동의·예약률은 65.4%, 보건의료인은 56.1%, 만성신질환자는 37.7%에 그쳤다. 화이자 백신 접종 동의·예약률은 80.1%인 데 비해 상당히 낮은 수치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19일 “(경찰의) 백신 접종은 강제가 아닌 본인 동의에 따른다”고 했다. 하지만 26일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왜 접종률이 이렇게 낮아요” “말씀해보세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며 접종률이 낮은 시도 경찰청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청(경찰청) 국장들이 접종률 낮은 시도 경찰청을 감독하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4월 말까지 300만명 접종을 달성하겠다’는 정부 목표에 맞추기 위해 일선 경찰관들에게 무리하게 접종을 강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선 경찰관들은 “사실상 모두 맞으라는 협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더 많은 사람에게 백신 접종 기회를 주는 차원으로 생각해달라”고 했다.
유치원·어린이집에선 “사실상 반강제로 동의하게끔 분위기를 조성하고, 예방접종 안 해서 혹시라도 감염되면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한다. 이건 권고가 아니라 협박 아닌가”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까지 등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백신 접종에 대해 대국민 소통에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AZ 백신 기피 현상이 심하다면, 원인이 뭔지 분석하고 설득해야 한다”며 “개인 건강이 달린 문제를 강요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노바백스 3분기 1000만명분 공급
한편 정부는 지난 24일 화이자 백신 2000만명분을 추가 확보한 데 이어, 27일엔 하반기 공급 예정인 노바백스 백신 2000만명분 중 최대 1000만명분을 3분기까지 받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노바백스 백신은 처음으로 위탁 생산이 아닌 기술 이전 방식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 국내 공장에서 전량 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