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코로나 확진자가 1212명에 달하자 방역 당국은 7일 “수도권 중심으로 20~30대 젊은 층의 산발적 감염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도 방역 지침을 위반하면 무관용 원칙을 강력히 적용하라고 지시했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젊은 세대와 자영업자에게 원인이 있는 것처럼 비쳐졌다. 반면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국 책임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거리두기 변동에 따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추이

◇접종 완료율 겨우 10% 넘었는데

우선 1차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자 정부가 과도하게 자신감을 가지면서 방역 일선 긴장이 느슨해졌다는 점이 지적된다. 지난달 정부는 2차분으로 비축했던 백신 물량까지 투입하며 1차 접종자 늘리기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달 17일 1차 접종자가 140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의 27% 수준.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이때부터 정부의 ‘K접종’ 자화자찬이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1400만명!”이란 자축 글을 올렸고, 다음 날 정부 브리핑에선 “한국의 백신 접종 규모가 세계 20위권에 진입했다”는 발표가 등장했다. 그런데 이는 인구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 접종 규모. 전체 인구 중 백신을 맞은 사람 비율을 뜻하는 ‘접종률’ 순위는 세계 80위권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주요 선진국 정상들은 방역과 경제에서 우리나라가 이룬 성과에 대해 한결같이 높게 평가했다”는 글도 남겼다.

이후 정부는 “3분기 8000만회분 공급으로 하반기 접종은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 장담했다. 하지만 최근 또다시 백신 물량 부족이 불거지면서 1차 접종이 사실상 정체되는 상황에 처했다. 7일 기준 1차 접종률은 30.1%. 세계 90위권으로 떨어졌다. 접종 완료자는 10.6%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정부가 1차 백신 접종자가 증가한 것에 집착해 다가올 방역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휴가철 앞두고 꺼내 든 ‘방역 완화’ 카드

7월부터 각종 방역 조치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섣부른 결정’이란 평가다. 7월부터 휴가철이라 여행객이 급증하는데 때마침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 이는 ‘코로나 위험은 끝났다’는 잘못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5월 말 ‘야외 노 마스크’ ‘사적 모임 인원 수에서 제외’ 등 백신 인센티브를 발표하고, 지난달 20일엔 사적 모임 인원을 늘리고, 다중이용시설 영업을 풀어주는 거리 두기 개편안을 내놨다. 주중 300~500명대를 유지하던 일일 확진자는 이후 600명대로 뛰어올랐고, 지난달 29일부터 5일까지는 7일 연속 700명대 이상, 6일엔 1200명대까지 치솟았다.

이에 대해 방역 당국은 “지나치게 방역 긴장감이 이완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드렸으나, 메시지 전달이 좀 더 효과적으로 될 수 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방역 완화 결정은 최대한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 확산 예상 못 했나

변이 대처도 철저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최근 유행하는 델타 변이는 백신 1차 접종만으로는 예방 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최근까지 “국내 델타 변이는 확산세가 크지 않아 통제 가능하다” “국내 검출 변이 중 델타는 10% 정도밖에 되지 않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정부는 이달부터 중요한 사업, 학술, 인도적 사유 등으로 국내 입국하는 해외 예방 접종 완료자에 대해 자가 격리를 면제해주고 있으나 코로나 확산세가 심한 국가에서 오는 사람에게는 이 같은 혜택을 주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당초 17국이던 자가 격리 면제 혜택 제외국에 최근 델타 변이가 유행 중인 인도·인도네시아 등 4국을 추가했다. 하지만 델타 변이 확산세가 심한 영국과 러시아발 입국자에겐 자가 격리 면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교수는 “외국보다 확진자가 적다 보니 델타 변이에 대해 안이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