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A군(郡)에는 “왜 B군 출산장려금의 절반밖에 안 주느냐”는 주민들 항의가 종종 들어온다. 그런데 A군 담당자는 “이렇게 액수가 적다고 불평하는 건 이해할 만하다”면서도 “더 문제는 우리 군에서 돈을 받고 ‘먹튀’ 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출산장려금을 받으려고 6개월~1년 전 A군에 주소를 뒀다가, 돈을 받고선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출산장려금은 낙후되고 인구 감소가 급속도로 진행하는 시·군 지역에서 인구를 늘려보고자 2001년 전남에서 시작한 대책이다. 이후 각 시·군이 인구를 늘려보겠다며 경쟁적으로 액수를 올리며, 전국 지방자치단체 245곳 가운데 234곳에서 도입했다. 그런데 돈만 타가면서 지역 곳간을 비우고 인구는 오히려 감소하는 지자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강원도 한 군은 “돈만 받고 떠나는 얌체족을 막으려고 실사까지 나가지만 적발이 어렵다”며 “지자체가 출산장려금 지급하는 걸 국가 차원에서 막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했다.

감사원이 13일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 성과 대책’에 대한 감사 결과엔 이런 실상이 드러난다. 전남 해남군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2005년부터 출산장려금 정책을 시행했다. 첫째를 낳으면 50만원, 둘째는 120만원을 줬다. 2012년엔 이 액수를 각각 300만원, 350만원으로 늘렸다. 이런 영향으로 2012년 해남군 출생자는 810명으로 2011년(509명)보다 301명 증가했고, 합계출산율은 2.47명으로 전국 지자체 중 1위였다.

그러나 출생자 증가로 출생률이 반짝 증가했을 뿐 해남군 인구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2015년 출산장려금을 받은 사람(자녀 기준) 843명 중 절반 이상인 427명이 3년 내에 해남을 떠난 것이다. 다른 군 지역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첫째 출산에 120만원, 둘째는 250만원을 주는 전남 장성군은 2014년 0~14세 인구가 4915명인데, 작년엔 4328명으로 줄었다. 전남 영암군·강원 인제군도 마찬가지다.

반면 부산 강서구는 둘째 출산(50만원)부터 출산장려금을 주는데 이곳 인구는 2014년 7만9619명, 0~14세는 1만2343명이었는데 작년엔 각각 13만7129명, 2만7189명으로 2배가량 늘었다. 전남 나주시도 인구가 매년 증가(2018년 11만3839명→작년 11만5613명)하고 있다. 이곳에서도 첫째, 둘째 출생 시 각각 100만원, 200만원을 준다. 그런데 사실 부산 강서구는 2003년부터 명지 국제 신도시가 조성됐고, 전남 나주시는 2013년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이 이전해 주거 환경·일자리 등 인프라 구축이 잘된 게 주 원인으로 꼽힌다. 사실상 출산장려금과 무관하다는 얘기다. 앞서 부산은 저출산위에 “현금성 지원 사업이 과다해 중앙정부 차원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전남은 “지자체의 소규모 지원보다 국가 차원 대규모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감사원은 2018년 합계출산율(0.98명) 등이 이어지면 2047년엔 시·군·구 228곳 중 157곳(69%)에서 젊은 층 인구가 소멸하는 초고령화 지역이 되고, 부산 등 광역단체 13곳 인구도 최대 23% 감소할 것으로 봤다. 반면 일자리가 많고 인프라 구축이 잘된 경기도는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으로 인구가 오히려 6.2%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저출산율 추세가 이어질 경우, 작년 5183만명인 인구가 2117년엔 1510만명으로 쪼그라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감사원은 “정부가 낮은 출산율과 기대 수명 증가로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만들고 지난 15년간 3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효과가 미미하다”며 “곳곳에 허점이 많아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