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면 실내에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양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연구가 나왔다. 미 오리건대 연구진은 최근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리서치 스퀘어’에 공개했다.

/자료=질병관리청

연구는 코로나에 확진되어 열흘 동안 기숙사 방에 격리되어 생활한 대학생 3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진은 ‘10일 중 5일 이상 창문을 닫고 생활한 그룹’과 ‘창문을 5일 이상 열고 생활한 그룹’을 나눠 비교했다. 전자는 방의 시간당 환기 횟수가 0.2~0.3회, 후자는 0.4~0.7회로 집계됐다. 그런 다음 책상이나 침대 등 방 안에서 시료를 모아 바이러스 수치를 비교했다. 그 결과, 환기 횟수가 적었던 방에서 2배가량 많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연구진은 “창문을 열면 실내 코로나 바이러스양을 절반 또는 그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밀폐된 공간에서 다수에게 공기로 전파되는 걸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환기해주면 효과적이란 연구 결과는 또 있다. 지난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에서는 10분 자연 환기로 실내 오염 물질 약 40%를 제거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지난 4월 MIT는 식당에 코로나 감염자가 들어와도 자주 환기하고 손님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면 57시간 동안 공기 전파가 발생할 확률은 10%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지난 6일 방역 당국은 현재까지 226명이 확진된 대구 대학병원 사례 등과 관련, “최근 대형 의료기관 집단감염 사례를 점검한 결과, 환기 설비 운영 미흡 등 관리상 취약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지난 7월 80여 확진자가 쏟아진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도 환기가 어려운 탈의실과 흡연실이 확산 주요인으로 지목됐다.

질병관리청은 하루 최소 3회, 한 번에 10분 이상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걸 권고하고 있다. 밀집도가 높은 공간이라면 더 자주 하는 게 좋다. 영국 과학자문그룹(SAGE)은 매 시간 10분씩 창문을 열어두라고 조언한다. 에어컨을 켜면 바이러스가 바람을 타고 실내 전체로 퍼질 위험이 있어 환기 중요성이 더 커진다. 질병청은 에어컨을 켠 동안에는 적어도 2시간에 10분씩 환기하길 당부한다. 에어컨 바람 방향은 되도록 사람이 없는 천장이나 벽 쪽으로 향하게끔 조절하고 바람 세기는 약하게 설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가능하면 출입문과 창문 여러 개를 동시에 열어 맞통풍하는 게 좋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6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 문을 하나만 열었을 땐 실내 오염 물질이 사라지는 데 40분 이상 걸렸으나 문을 2개 열자 오염 물질 소멸 시간이 25분으로 단축됐다. 외부 공기가 넓은 면을 통해 배출되면서 환기량이 증가하고 비말도 빠르게 감소하는 원리다. 창문이 없는 건물, 지하 다중이용시설 등 자연 환기가 어려운 곳에선 환기 설비를 상시 가동해야 한다. 질병청은 “환기 설비가 없는 경우엔 주방 후드나 욕실 배기팬 등을 이용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