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지난 8일까지 38일 동안 코로나 사망자가 1219명 발생한 것으로 9일 집계됐다. 지난해 2월 국내 코로나 첫 사망자가 나온 뒤 22개월간 누적 사망자 4077명 중 29.9%가 한 달여 만에 나온 셈이다. 방역 당국이 이렇게 급속하게 상황이 악화될 줄 미처 예측하지 못하고 미리 병상을 확보해놓지 않았던 게 화근이 됐다.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의 음압병동에서 의료진이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메모를 보여주며 소통하고 있다./연합뉴스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섰다. 전날까지 49만6584명이었는데 이날 오후 11시 현재 7000명을 넘으면서 50만명을 돌파했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이로써 3일 연속 7000명 이상을 기록하게 됐다.

코로나 확진자는 지난 3월 24일 10만명을 넘어섰다. 이어 20만명(8월 1일), 30만명(9월 25일), 40만명(11월 16일)까지 갈수록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10만명 돌파에 429일 걸린 반면, 이번엔 40만명에서 50만명까지 가는 데는 단 23일이 걸렸다. 확진자 증가 속도가 초기에 비해 18배 이상 빨라진 셈이다. 특히 지난 7월부터 9월 말까지 4차 대유행 이후 두 달여 만에 확진자가 20만명 가까이 늘었다. 11월 1일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8일까지 확진자가 13만198명(약 26%) 폭증한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이에 따라 누적 사망자도 지난 1월 4일 1000명을 돌파한 이후 6월 19일 2000명, 10월 9일 3000명, 12월 7일 4000명 등을 돌파하며 급속히 불어났다.

지난달 1일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에는 특히 수도권과 충청, 강원, 전남, 제주 등지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늘었다. 이 기간 전체 사망자의 96%는 60대 이상으로, 고령층에 대한 피해 집중도가 더 커졌다. 위드 코로나 이전부터 인구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은 인구 10만명당 코로나 발생 비율이 비수도권보다 2배 정도 높았다. 그런데 위드 코로나 이후 수도권의 확진자 발생은 비수도권 대비 2.4배에 달해 더 빠르게 늘었다.

현재까지 집계된 서울의 인구 10만명당 확진자는 1804명으로 전국 1위다. 이어 경기(1104명), 인천(942명), 대구(825명), 충남(676명), 대전(666명), 강원(630명), 부산(530명) 등 순이었다. 이 가운데 인구 대비 확진자 증가 폭이 가장 큰 곳은 수도권에 이어 전남, 강원, 충남, 전북, 제주, 대전 등 순서다. 코로나 초기 신천지 사태를 겪은 대구는 최근에는 확진자 발생이 낮은 편이다.

전국 사망자 4077명 가운데 69%도 수도권에서 나왔다. 최근 병상 부족 사태가 심화하면서 수도권 사망자가 확 늘었다. 수도권에서 시작한 병상 부족 사태는 충청, 강원 등지로 확대되면서 중부지방과 이남까지 타격을 받았다. 9일 기준 시도별 코로나 중환자 병상 포화도는 세종·경북(100%)에 이어 강원(94.4%), 대전(92.9%), 충북(90.6%), 서울(88.4%), 인천(87.3%), 충남(83.7%), 경기(81.1%) 등 순이다. 단기간에 코로나 피해가 집중된 지역일수록 사망이 속출했는데 농촌과 도시 등 지역 간 의료 인프라 차이도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연령대별로는 최근 60세 이상 사망자가 이전보다 더 빠르게 늘었다. 위드 코로나 시행 이전에는 사망자의 90.8%가 60세 이상이었으나, 위드 코로나 기간만 놓고 보면 이 비율이 95.7%에 달했다. 중증 환자 가운데 60세 이상 비율도 기존 79%에서 위드 코로나 기간 동안 86%에 달했다.

위드 코로나 기간 연령대별 사망자 증가율은 80세 이상(47%)이 가장 높고 60대(45%), 70대(41%) 순이었다. 60·80대 피해가 크고 70대 사망자 증가율이 비교적 낮은 것은 병상 부족 사태 등으로 고령자의 사망 피해가 커진 데다, 주로 60~74세가 집중적으로 접종받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과가 최근 떨어진 영향으로 보인다.

최근 청소년과 10대 코로나 확진도 크게 늘었다. 현재 인구 10만명당 코로나 발생률은 20대가 1185명으로 가장 높고, 30대(1080명), 10대(1018명), 60대(985명), 40대(888명) 등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