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기준 18세 이상 우리 국민 코로나 백신 접종 완료율은 92.1%에 달한다. 그런데도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7000명대 안팎을 기록하면서 그 여파로 의료 체계는 사실상 붕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재택 치료자는 2만명을 넘고 중증 환자는 894명으로 900명 돌파를 눈앞에 뒀다. 11일 오후 5시 기준 전국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0.9%. 80%대로 접어들었다. 서울과 인천은 90.6%, 92.4%로 90%도 넘어선 상태다. 수도권에서 병상을 기다리는 코로나 감염자만 해도 1739명. 11일 코로나 사망자 수는 80명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많았다.
설상가상으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이후 델타 변이 전파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상륙한 오미크론 변이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5차 대유행’마저 예고하고 있다. 지난 1일 첫 확진자가 나온 오미크론 감염자는 이날 15명 늘어 지금까지 모두 90명(국내 감염 67명, 해외 유입 23명)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주간(12월 6∼12일)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4324명→4954명→7174명→7102명→7022명→6977명→6689명. 일평균 6320명이다. 수도권에서 74.9%가 나왔다.
이런 총체적 난국은 결국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백신 접종률만 믿고 과감하게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지만 백신 예방 효과가 기본 접종 이후 3개월 지나면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부분도 문제다. 이후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부스터샷(3차 접종) 접종 간격을 ‘접종 후 6개월’에서 ‘5개월 또는 4개월’로 줄이더니 다시 ‘3개월’로 단축했지만 그 사이 코로나 감염세가 급속히 강해지면서 ‘뒷북 행정’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13일부터는 2차 접종일로부터 3개월(90일)이 지난 18세 이상 성인은 부스터샷 접종 예약을 할 수 있고, 의료기관에 잔여 백신이 있다면 당일 맞을 수도 있다.
다만 정부가 이런 식으로 코로나 관련 정보를 투명하고 빠르게 전달하는 데 실패한 탓에 국민이 체감하는 백신 불신이 간단치 않다는 게 문제다. 백신 부작용 이상 반응 보상과 ‘부스터샷’ 접종을 놓고 나타난 미숙한 방역 행정은 부스터샷 기피 현상을 부채질했다. 현재 1·2차 접종 때와 달리 3차 접종률은 취약 계층인 60세 이상에서 33%로 2차 접종 완료율(93%)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18세 이상 성인 부스터샷 접종률은 14%다.
청소년 접종도 마찬가지다. 12~17세 청소년 2차 접종 완료율도 37%. 전체 국민 81.2%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 인구 10만명당 감염자 수는 10대가 1063명으로 60대(1048명)와 비슷하며 최근 급증하고 있다. 고령층보다 상대적으로 중증으로 갈 확률은 낮지만, 감염될 확률은 비슷한 셈인데 미접종자가 많다는 게 원인으로 꼽힌다. 싱가포르⋅캐나다⋅프랑스⋅일본 등은 청소년의 70% 이상이 2차 접종을 완료했다. 정부가 자녀들이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이 나타날까 봐 걱정하는 부모들 심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부스터샷과 청소년 접종에 대한 국민 호응도를 끌어올리는 게 정부 숙제”라고 말한다. 우리 국민은 그동안 방역 정책을 잘 따라왔다. 화이자·모더나 등 안전성이 높고 효과가 큰 백신 도입이 늦어지면서 국민은 올 4·7월 ‘백신 보릿고개’를 넘겨야 했다. “도대체 백신을 언제 맞을 수 있느냐”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반기 백신 상황이 풀리자 하루 100만명 이상 접종을 이뤄냈다. 2년째 되풀이돼 온 강도 높은 거리 두기를 견디고,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보여준 방역 저력이다. 지금 시점에서도 결국 정부가 어떻게 국민들을 잘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란 얘기다.
부스터샷 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하나둘 쏟아진다. 국내 우세종 델타 변이는 과거 알파 변이보다 감염됐을 때 입원할 확률이 2배 높다. 현재 감염자·중증 환자·사망자 수가 느는 건 델타 변이가 주범이다. 하지만 델타는 각 백신을 접종 완료했을 때 감염 예방 효과가 있다. 그러나 그 효과가 접종 완료 2~4개월 뒤 뚝 떨어지기 때문에, 3차 접종은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오미크론 변이에도 백신이 유효하다. 이스라엘 셰바메디컬센터와 보건부 중앙바이러스연구소는 최근 “화이자 3차 접종 완료자들이 5~6개월 전 2차 접종만 완료한 사람들보다 오미크론에 대한 면역력이 100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 보건안전청(HSA)도 최근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581명 데이터를 분석해 백신 효과를 추산해보니, 3차 접종을 하면 오미크론 변이를 예방할 확률이 70~75%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정부가 지금 실책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반성한 다음, 백신 접종 초기 때처럼 3차 접종을 해달라고 간절히 호소해야 한다”며 “특히 감염 위험군이자 바뀐 접종 정보를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고령층·취약 계층 등에겐 ‘3차 접종 기간이 앞당겨졌다’고 거듭 안내하고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백신 접종 후 심각한 이상 반응, 사망 사례가 늘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도 커진 상황이다. 정부가 최근 접종 후 심각한 이상 반응에 대한 보상액을 늘린다고 했지만, 뒤늦은 조치란 지적이 나왔다. 50대 미만 젊은 층이 접종 완료 3개월 뒤에 3차 접종을 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식 과학적 통계·분석도 하지 않고 있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도대체 왜 3개월마다 팔을 걷어서 접종받아야 하는지 정부가 과학적인 근거도 대지 못하고 ‘일단 맞으라’고 하니, 국민 불신이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