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적 모임은 6명까지, 식당·카페 등 영업은 오후 10시까지’인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를 더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적 모임은 6명 그대로 두면서, 영업시간만 오후 10시에서 1시간 늘려 오후 11시까지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지난달 19일부터 시행 중인 지금 거리 두기는 오는 13일 종료될 예정이지만, 이번에 바뀌는 거리 두기 조치가 이르면 오는 5일부터 적용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일 오후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방역·의료 분과 회의를 열어 거리 두기 조정에 대한 의료계 의견을 청취했다. 3일에는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전체 회의를 서면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논의 내용은 오는 4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최종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거리 두기가 조기에 완화되면 지난 1일부터 잠정 중단에 들어간 ‘방역 패스(접종 증명·음성 확인제)’ 조치 등과 함께 정부가 그동안 강조해 온 방역 정책의 큰 틀을 사실상 대부분 해제하는 셈이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역대 최다를 기록해 처음으로 21만명을 넘었다. 전날 선별진료소 기준 PCR(유전자 증폭) 검사 건수도 72만건에 달해 역대 최대였다. 그러나 방역 당국은 “지난주 대비 확진자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다”며 거리 두기 완화를 시사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오미크론에 대한 질병 부담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60세 이상의 연간 사망자 수와 폐렴, 결핵, 교통사고 등 사망자 수를 비교해 볼 때 오미크론의 질병 부담이 상당히 낮아졌고, 이러한 점을 고려해 방역 전략이 수립돼야 한다”고 했다. 오미크론의 빠른 전파력을 고려할 때 유행 확산 차단을 위한 거리 두기 강화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는 비판적이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방역 완화는 중환자와 사망자의 희생을 전제로 한 방역 도박”이라고 했다. “적어도 확진자 수가 정점에 이를 때까지 거리 두기를 제대로 수행하면 중환자 증가와 사망자 발생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데 정부는 거꾸로 간다”며 “중환자 병상이 아직 여유 있고 사망률이 낮다고 정점도 전에 거리 두기를 느슨하게 하면 확진자·중환자가 치솟아 의료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상회복위 방역·의료 분과 위원인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유행 정점이 지나는 순간부터는 큰 폭 거리 두기 완화도 가능하지만 지금은 중환자 병상이나 의료 체계를 고려할 때”라며 “정점을 앞두고 특별한 변화를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