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3일 백신 4차 접종 대상자를 오는 18일부터 50대 이상과 18세 이상 기저질환자까지 확대하는 것을 포함한 코로나 재유행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대상자는 60대 이상과 면역저하자,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취약시설 입소자 등이다. 이를 확대하고, 현재 저조한 4차 접종률(60세 이상의 35.2%)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서울 중구 보건소를 찾아 4차 백신을 접종하고 “국민 여러분의 많은 동참을 호소드린다”고 했다.

코로나 재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13일 대구 달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보건소 관계자가 출입 통제를 알리는 테이프를 점검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전국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4만266명으로 5월 11일 이후 63일 만에 처음으로 4만명대를 기록했다. /뉴스1

하지만 4차 접종의 실효성을 놓고선 의견이 분분하다. 기존 백신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 확산을 주도하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의 예방에 효과가 떨어지는데 맞을 필요가 있느냐는 사람이 적지 않다. BA.5는 기존 ‘BA.2(스텔스 오미크론)’ 등에 비해 면역 회피력이 강해 재감염·돌파감염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상당수 국민은 ‘개량 백신’이 아닌 기존 백신을 활용한 4차 접종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현재 백신이 감염 예방 효과는 낮으나 중증·사망 예방 효과는 높기 때문에 고위험군의 4차 접종은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 보건 당국도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한 4차 접종을 검토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4차 접종자가 갖는 ‘감염 예방 효과’는 3차 접종자보다 크게 높지 않고(최대 25%) 지속 기간도 30일 정도로 짧지만, ‘중증 예방 효과’ ‘사망 예방 효과’는 각각 50.6%, 53.3% 상승해 장기간 유지된다”고 했다. 이는 올해 2~4월 면역저하자 등 약 15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클라리트연구소가 올해 1~2월 60대 이상 18만명을 조사한 결과, 4차 접종자의 접종 14~30일 후 감염 예방 효과는 3차 접종자 대비 52% 높았고, 중증 예방 효과는 64%, 사망 예방 효과는 76% 높았다. 스웨덴 우메오대학 연구팀이 올해 1~3월 장기요양시설 입소자 2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4차 접종자의 접종 후 약 3개월간 사망 예방 효과가 3차 접종자 대비 3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같은 조사는 ‘BA.5′의 본격 확산 이전에 실시한 조사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대한감염학회 이사장)는 “4차 접종이 BA.5에도 효과가 있을지에 관해선 확실한 연구 결과가 나온 게 없지만, 다수 전문가는 오미크론의 특성과 그간 사례 등을 종합해볼 때 중증화·사망 예방에는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반론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증 예방은 2차 접종으로도 충분하고 백신은 코로나 변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은 팍스로비드 등 치료제 처방 확대가 중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백신을 너무 자주 접종하면 자연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근거가 불분명하고, 현재 백신 접종 주기(3~4개월 이상)가 백신의 효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한 적정 주기”라고 했다.

접종 대상자 중에선 “BA.5에 효과적인 개량 백신을 기다리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도입 시기가 불투명하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백신 제조사들에 BA.5 등 변이에 맞춰 백신 성능을 업데이트하라고 권고했다. 올가을에 미 현지에서 개량 백신이 나오더라도 국내 도입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기존 백신에 비해 어느 정도 개선된 효과를 보일지도 장담할 수 없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현재 유행이 끝나기 전까지 백신 업데이트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미생물학교실 명예교수는 “정부는 중증화율 등을 낮추기 위해 고위험군에게 4차 접종을 권고하는 것인데, 건강한 젊은 층은 개량 백신을 기다려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