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당뇨병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개인 유전 정보를 토대로 발병 전 당뇨 고위험군을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국립보건연구원 미래의료연구부 유전체연구기술개발과는 “한국인과 일본인 28만8000여명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한 결과, 당뇨 등 발병에 영향을 주는 유전 요인 200가지를 새롭게 발견했다”며 “유전 요인에 따라 당뇨 발병률이 최대 11.7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1일 밝혔다.
당뇨병은 생활 습관과 유전,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데, 기존에 밝혀진 유전 요인 영향력은 약 1% 미만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선 혈당이나 혈중 지질 농도를 일반인 대비 최대 13~15%까지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영향력이 큰 희귀 유전 요인(인구 중 1% 미만이 보유)들이 새롭게 발견됐다. 이는 당뇨 발병률로도 연결됐다. 혈당을 낮추는 희귀 유전 요인을 가진 경우 일반인과 비교해 당뇨(제2형 당뇨) 발병률이 50% 수준으로 낮았다. 또, 당뇨에 영향을 주는 유전 요인들을 통합 분석해 위험도를 나눠 당뇨 발병률을 관찰해보니, 고위험군(위험도 상위 1%) 발병률은 41%로 발병률 3.5%인 저위험군(위험도 하위 10%) 대비 11.7배에 달했다. 위험도 상위 10% 그룹 발병률(23.2%)도 저위험군의 6.6배였다.
기존 유전체 연구 80% 이상이 유럽인 대상이라 동아시아인에 적용하면 질병 예측 정확도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던 반면, 이번 연구는 한국인을 포함한 대규모 동아시아인 대상으로 수행돼 높은 정확도도 기대할 수 있다.
김봉조 유전체연구기술개발과장은 “지금은 당뇨의 주원인인 인슐린 저항성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당뇨를 예측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이번에 발굴된 유전 요인들을 분석하면 고위험군을 미리 선별해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개인 유전체 등 분석을 통한 맞춤형 정밀 의료로 질병 예방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향후 대규모 바이오 빅데이터가 구축되면 보다 많은 질병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달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