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은 최근 알약 형태의 ‘먹는 비만약’ 신약 물질에 대한 국내 특허 출원을 마쳤다. 이 약은 혈당과 체중을 조절하는 중요 호르몬인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와 GIP(위 억제 펩타이드)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다. 식욕 억제와 지방 연소를 동시에 해 체중 감량 효과를 극대화한다. 특히 기존 주사제 형태의 치료제와 달리 알약 형태로 개발돼 환자의 편의성을 높일 전망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 회사가 이미 비만약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시장이 앞으로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만 치료제 개발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내외 제약사들의 비만약 개발전(戰)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기적의 비만약’이라 불리는 위고비가 국내에 출시돼 큰 인기를 끌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비만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비만 인구가 10억명을 넘어서면서 제약사들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더 효과적이고, 사용이 편리한 형태의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한미약품은 한국인의 체형을 고려한 맞춤형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 시험을 하고 있다. 한미약품 측은 “임상 3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당초 계획인 2027년 상반기보다 이른 2026년 하반기에 출시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미국비만학회에서 지방은 줄이고 근육량은 늘리는 신개념 비만 치료제(HM17321)에 대한 연구 성과도 발표했다.
이 외에도 LG화학이 먹는 희소 비만 치료제(LB54640)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이 약은 뇌 시상하부가 손상돼 식욕 제어가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제약사들은 특히 ‘더 편리한 치료제’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개발됐거나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 상당수는 효과가 입증된 GLP-1 계열인데, 더 오래 지속되고 더 쉽게 투약 가능한 치료제를 만들면 글로벌 시장 진출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주사 횟수를 위고비와 같은 주 1회에서 월 1회로 대폭 줄이거나, 주사제 대신 먹는 형태로 만드는 방법이다. 또 패치에 미세한 바늘을 심은 ‘마이크로 니들’을 통해 반창고처럼 몸에 붙이기만 하면 주입되는 형태의 비만약도 개발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이밸류에이트는 현재 6조원 규모인 GLP-1 유사체 방식의 비만 치료제 시장이 2030년 137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비만 치료제 열풍에 불법 판매도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온라인에서 삭센다, 위고비 등 비만 치료제를 불법 판매하거나 광고한 게시글 359건을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