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련 병원에 복귀하는 전공의들에게 수련·입영 특례를 적용키로 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총리-보건복지부 장관 합동 브리핑’에서 이 같이 밝혔다. 주제는 ‘의료계와 의학 교육계에 드리는 말씀’이었다. 이날 브리핑에는 이 부총리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 부총리는 ‘12·3 비상 계엄 사태’ 당시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들어간 ‘전공의 처단’ 문구에 대해서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에 대한 비상 계엄 포고령 내용은 정부의 방침과는 전혀 다르다”며 “포고령 내용으로 상처를 받은 전공의 분들과 의료진 여러분께 진심 어린 유감과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지난달 3일 비상 계엄 선포 당시 계엄사령부 포고령에는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에 본업에 복귀하고, 위반 시 계엄법에 따라 처단한다”는 내용이 담긴 바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요 현안 해법 회의’를 주재하면서 “사회부총리를 중심으로 보건복지부와 병무청 등 관계 부처는 전공의 선생님들과 의대생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관련 조치를 적극 검토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는 사직 전공의가 복귀했을 때 수련 특례와 입영 특례를 적용키로 했다. 이 부총리는 “현행 전공의 수련 규정은 사직 후 1년 내 복귀를 제한하고 있으나, 전공의가 사직 전 수련한 병원과 전문 과목으로 복귀하는 경우에는 수련 특례 조치를 통해 이러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현행 전공의 수련 규정에 따르면, 수련 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가 복귀할 경우 원래 수련 받던 진료 과목과 연차에는 1년 동안 응시할 수 없다. 이러한 수련 특례는 지난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 시 정부가 이미 한 차례 내밀었던 카드다.
이 부총리는 “사직한 의무사관 후보생이 수련에 복귀하면, 수련을 마친 후 의무 장교 등으로 입영할 수 있도록 최대한 조치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전공의는 의무사관 후보생이기 때문에 일반병으로는 병역을 이행할 수 없고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공보의)로 입영해야 한다.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들 중 군 미필 전공의 3000여명이 올해 초 한꺼번에 입대를 신청할 것에 대비해 정부는 의무 장교 선발 대상자 중 일부를 ‘입영 대기자’로 분류해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었다. 복귀 시 입영 특례를 적용해 ‘입영 불확실성’을 해소해주고 일부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의대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2025년에는 의대 교육 지원을 위한 교육부 전담 조직을 신설했고 교원 증원과 시설·기자재 확충, 의대 교육 혁신 지원 등 의학 교육 여건 개선에 총 6062억원을 투자한다”며 “현재 각 대학에서 면접 등 교원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며 올해 2월까지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 부총리는 “금년에는 2024, 2025학년도 신입생 7500여명이 동시에 수업을 받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정부는 학생이 복귀만 한다면 대학과 협력해 대학 전체 자원을 활용하고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해 정상적으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규모도 의료 인력 수급 전망과 함께 대다수의 학생들이 2024년에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점, 각 학교 현장의 교육 여건까지 감안하여 제로 베이스(원점)에서 유연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련 병원을 떠난 사직 전공의들을 향해서 이 부총리는 “수련 현장을 떠나 고민하고 이는 여러분들에게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여러분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한 협의의 장도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했다.
의대생들에게는 “교육부 장관으로서 미래를 향한 꿈과 열정으로 가득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학업을 멈추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고민하고 계실 여러분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며 “이제는 학교로 돌아와 처음 입학했을 때 마음가짐 그대로 학업에 매진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훌륭한 의료인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사직 전공의 모집은 오는 14일 모집 공고를 시작으로 올해 1~2월 중 진행될 예정이다. 모집 규모는 지난해 임용 대상자 1만3531명 중 사직자인 1만2187명(90.1%)다. 이 중 인턴은 2967명, 레지던트는 9220명이다.
수련·입영 특례 적용 대상은 지난해 사직하거나 임용 포기한 전공의 중 원래 수련 받던 병원과 진료과에 복귀하는 경우다. 다만 지난달 레지던트 1년차 모집 등으로 정원 초과 합격자가 발생했을 때는 ‘사후 정원’을 적용해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모집 이후 결원 발생 시 다음 달 중 추가 모집이 예정돼있다. 그러나 추가 모집으로 복귀한 사직 전공의는 입영 특례를 받을 수 없다. 정부는 추가 모집 대상과 자격, 특례에 대해 별도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