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군 병원 필수 진료과를 선택한 의과대학 군 위탁 교육생이 전체의 20%에 불과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중증 외상·응급 후송 환자를 치료하는 장기 군의관을 양성하고자 도입된 ‘의대 군 위탁 교육’ 제도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대 군 위탁 교육은 만성적인 군의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현역 장교인 육해공군 사관생도 가운데 성적 우수자를 군 위탁 교육생으로 임명해 의대에 편입학하도록 한 후, 9년간의 위탁 교육을 통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도록 한다. 이후 10년간 군의관으로 의무 복무해야 한다. 이들은 군 내부 전형과 의대 면접 등 간소화된 절차로 의대에 편입하고, 위탁 교육 기간 급여와 입학금, 등록금 일체를 국가에서 지원받는다.
군 병원의 필수 과목은 ‘외과’와 ‘응급의학과’다. 총상이나 화상 등을 입은 군 장병, 중증 외상·응급 후송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작 군 위탁생들이 선택하는 진료과 대부분은 ‘군 밖에서의 인기과’로 편중돼 있다.
본지가 국방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공의 수련 중인 군 위탁생 가운데 외과·응급의학과는 7명으로, 전체(35명)의 20%에 불과했다. 군 병원 필수 과목을 선택하는 군 위탁생이 5명 중 1명인 셈이다. 반면 정신건강의학과·정형외과는 각각 5명, 마취과 3명, 안과·영상의학과·이비인후과 2명 등으로 집계됐다. 기간을 확대해도 결과는 비슷했다. 지난 2010년부터 2023년까지 10여 년간 응급의학과를 선택한 군 위탁생은 총 8명, 외과는 14명에 그쳤다. 전체 졸업생(126명)의 약 17% 수준이다. 이 기간 정형외과(17명), 내과(16명), 정신건강의학과(15명)를 선택한 군 위탁생이 더 많았다.
필수 의료 기피뿐 아니라, 전공의 수료 후 의무 복무 기간 10년을 채우지 않고 곧바로 전역해 민간 병원에 취직하는 이른바 ‘먹튀’ 군인도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이들의 전역 사유 대부분은 ‘심신 장애’다. 실제로 한 군의관은 전공의 수련을 마친 뒤 ‘우울증’이 있다며 조기 전역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다. 이처럼 의무 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고 전역하는 사례도 지난 2011년부터 2023년까지 12건 발생했다.
이를 두고 “장기 군의관 양성이라는 제도의 본래 목적이 희석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간소화된 절차로 의대에 진학해 인기과 전문의 자격증을 따기 위한 ‘편법 루트’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급여, 등록금 지원 등에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군 위탁생이 당초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더 엄격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