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사흘 앞둔 22일 오후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올해 설 연휴는 최장 9일이다. 연휴가 긴 만큼 고지방·고칼로리인 명절 음식의 유혹에 넘어갈 가능성도 크다. 아무 생각 없이 음식을 내어 먹다간 연휴 이후 첫 출근날 꽉 끼는 바지 때문에 당황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설 연휴 중에는 데친 나물 등 채소 반찬을 먼저 먹고, 그다음 생선·고기-국-전-밥 순서로 먹는 ‘거꾸로 식사법’을 추천한다”고 말한다.

‘거꾸로 식사법’이란 말 그대로 식사 순서를 뒤집는 것이다. ‘밥 한 번-반찬 한 번’ 먹는 일반 식사법은 무엇보다 비만·고혈당 주범인 탄수화물에 취약하다. 대신 ‘채소 반찬-비채소 반찬(생선·고기-국-전)-밥’ 순으로 먹으면 식사 초반부에 포만감을 높여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 섬유질 섭취를 늘릴 수 있다.

채소를 먼저 먹고, 이어 단백질을 섭취한 뒤 마지막으로 탄수화물을 보충한다는 채·단·탄 원칙만 기억하면 된다. 데친 채소도 괜찮다. 채소를 살짝 데치면 비타민C 손실이 10~20% 정도 발생하지만, 채소 부피가 확 줄어서 채소를 먹는 절대량은 늘어난다. 다음은 단백질이다. 2016년 일본 간사이전력 의학연구소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선과 육류를 먼저 먹는 경우엔 쌀밥을 먼저 먹는 경우보다 혈당이 30~40% 낮게 나왔다.

고기는 기름과 당분이 많아 소화가 잘 안 되는 갈비찜 등 대신 수육 같은 삶은 고기를 먹는 것이 좋다. 조리할 때 전 등은 기름에 튀기기보다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한다. 전을 부칠 때 부침가루 대신 통밀가루를 쓰고, 기름진 음식은 키친타월 등으로 기름기를 한번 제거하는 방식도 전문가들이 추천한다.

작년 2월 6일 대전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에서 열린 설 명절 나눔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어르신에게 전달할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식사 중에는 가족과 함께 즐거운 대화를 하며 천천히 먹는 것이 좋다. 오래 씹어야 하는 채소를 먼저 먹으면 식사 속도도 늦춰진다. 뇌의 포만 중추는 식사 시작 20분 후부터 배부름을 느낀다. 식사 후 20분이 지났을 때 식사량의 3분의 1 정도 남아 있으면 자연스럽게 과식을 막을 수 있다. 또 개인 접시에 덜어 먹으면 스스로 먹는 양을 한눈에 파악할 수도 있다.

식사 시 음주는 피해야 한다. 술 자체가 고칼로리인데다 과음을 하면 위 점막이 자극돼 위염이나 역류성 식도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사 후에는 바로 눕거나 자면 안 된다. 소화를 위해 최소 30분~1시간은 가볍게 걷거나 활동하는 것이 좋다.

후식은 피하는 것이 낫지만, 가족과 함께 둘러앉아 먹을 거라면 사과, 배, 귤 같은 과일을 조금만 먹는 것이 좋다. 약과나 식혜 등은 ‘요주의 디저트’다. 최근 서울아산병원이 공개한 ‘명절 기간 주의해야 할 고칼로리 음식 순위’에선 약과(100g당 420㎉)가 칼로리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순위에서 2위는 떡갈비(350㎉), 3위는 소갈비찜(340㎉)이었다. 이어 4~6위는 꼬치전(320㎉), 잡채(310㎉), 동그랑땡(309㎉)이었다. 그다음으로 불고기(270㎉), 돼지갈비찜(250㎉), 떡만둣국(210㎉), 삼색 나물(142㎉)이 7~10위로 꼽혔다.

아산병원은 “설 연휴 이후엔 바로 가벼운 운동을 시작하고, 한동안 저염식과 채소 위주 식단으로 몸을 회복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휴 기간 늘어난 몸무게는 가급적 연휴가 끝난 뒤 일주일 내에 빼는 것이 좋다. 단기간 갑자기 늘어난 몸무게는 보통 체내에 다당류의 일종인 ‘글리코겐’이 증가한 탓인데, 글리코겐이 지방으로 전환되고 나면 감량이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