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는 20만명이 넘는 외국인 간병인이 노인이 있는 집집마다 상주하며 노인 돌봄의 주축이 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만에서는 어떻게 많은 수의 외국인을 도입해 정착시킬 수 있었을까.
외국인 간병인들은 대만 내국인 근로자와 달리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외국인 간병인은 내국인 간병인의 절반 수준인 월 2만대만달러(약 85만원)를 급여로 받으며, 대신 숙식을 고용주로부터 제공받는다. 이러다 보니 간병인을 고용하는 가족들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대만은 한국·일본·호주 등에 비해 생활 물가가 저렴하다. 실제 1월 기준 대만의 빅맥 지수(각국 맥도날드 매장에서 팔리는 빅맥 가격을 달러로 환산한 것)는 2.80달러(USD)로 한국(4.30달러), 일본(3.60달러), 호주(5.10달러), 미국(5.65 달러)보다 저렴하다. 대만에서 7년째 가정 상주 간병인으로 일하는 인도네시아인 데씨(30)씨는 “대만은 생활하는 데 돈이 별로 안 들기 때문에 버는 돈의 대부분을 인도네시아 가족들에게 보낼 수 있다”고 했다.
1990년대부터 외국인 간병인을 도입하다 보니 동남아시아 국가에선 ‘대만 간병인’ 직업이 익숙하고 친숙해진 것도 외국인들의 대만 이주 장벽을 낮추는 데 역할을 했다. 대만은 1992년 ‘취업서비스법(就業服務法)’을 만들어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을 공식적으로 허용했고, 이 법률을 통해 ‘가정 피고용인(家庭幫傭)’과 ‘간병인(家庭看護)’이라는 명칭으로 외국인 간병인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제도가 오래된 만큼 비자 취득 등 이주 절차 역시 덜 까다롭다고 한다. 필리핀에서 온 상나띠(37)씨는 “주변에서 대만으로 취직하는 사람이 많아 필리핀에서 대만어를 배웠다”며 “휴일에는 필리핀에서 온 다른 간병인들을 만나기도 한다”고 했다.
다만 외국인 간병인을 통해 인력난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대만 정부는 여전히 돌봄 인력난 해소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만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더 많은 돌봄 근로자 유치를 위해 빨리 은퇴한 50대 여성들을 간병 인력으로 재취업할 수 있게 훈련하려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간병인에게 취업비자를 주는 것 외에 해외 유학생을 대만으로 유치해 대만에서 공부하며 간병인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정책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