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국내 의사 13만여 명이 모두 가입된 유일한 법정 의사 단체이다. 그런데 이런 의협이 최근 의대생 복귀 과정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제적 위기에 몰린 후배들을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의료계 안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불구경 의협’ ‘탕핑(드러눕기) 의협’ 같은 말들이 돈다. 힘없는 의대생을 대정부 투쟁의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의협은 올 초 정부가 대화를 거듭 제의했을 때도 대부분 거절하며 “(늘어난 의대생을 가르칠) 올해 의대 교육 방안이나 가져오라”고 했다. 의협의 의견이나 대안은 내놓지 않았다. 김택우 의협 회장이 취임한 지난 1월 14일부터 24일까지 의협이 발표한 보도 자료 32건 중 의대생 관련 자료는 3건(9%)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문신사의 문신 시술 합법화에 반대하는 등 ‘직역 이익’과 관련한 자료이거나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들이었다.
한 전직 의협 이사는 “의대생은 학적을 잃을 판인데 요즘 의협은 가만히 앉아서 정부가 차린 상을 받은 뒤 뒤엎기만 한다”고 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보건복지위 법안1소위원장)도 지난 18일 국회에서 수급추계위 설치 관련법 의결을 앞두고 의협을 질타했다. 강 의원은 “의협은 자신들이 준비한 대안도 없이 그저 반대만 했다”며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갈 수 있는 하나의 명분(수급추계위 신설)이 국회에서 만들어지면 본인들이 (의대생 등을) 못 돌아가게 할 힘이 약해지니 계속 훼방을 놨던 것”이라고 했다.
특히 사직 전공의 대표로 지난 1년간 대정부 투쟁을 벌인 박단씨가 올 초 의협 부회장으로 들어가면서 이런 현상이 심해졌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대병원의 한 교수는 “박단씨를 믿고 탕핑을 했던 사직 전공의들은 작년에 비해 월급이 반 토막 났고, 상당수는 전문의 자격을 따지 못하고 입대했다”며 “의사 면허조차 없는 의대생이 이런 피해를 입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의협은 지난 20일 입장문을 통해 “여러분의 선배인 의협이 책임지고 이 문제를 풀어갈 테니 학생들은 제자리로 돌아가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면서도 “그러나 사태의 핵심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 그들에게 (수업 복귀를) 요구하는 것은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연세대 의대의 한 교수는 “의협이 학생들에게 사실상 돌아가지 말라고 한 것”이라며 “학생들을 방패 삼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