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이 자기 자식이라면 저렇게 하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지난 24일 소셜미디어와 대한의사협회(의협) 대의원회 단체 대화방에 글을 올려 “의료계의 투쟁은 전공의가 버려진 이후 이제는 자식 같은 의대생들에게 모든 것을 기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대생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에 떨고 있는데, 의협이 “(복학 여부는) 스스로 판단해 달라”며 뒷짐만 진다는 것이다. 의료계 강경 투쟁 선봉에 있는 의협 지도부를 향해 의협 내부에서 작심 비판이 나온 것이다.
의협 중앙대의원인 이 회장은 26일 본지 인터뷰에서 “(의협 지도부가)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고 비겁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투쟁 동참을 권유하고 있는 일부 전공의와 선배 의대생에게도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선배들’ 책임을 거론했나.
“의료계 투쟁이 장기화됐는데, 지금은 의대생만 투쟁하고 있고 모든 것을 감당하고 있다. 의대생 대량 제적 위기가 눈앞에 닥쳤는데 선배 의사들은 ‘의대생 절반이 복귀했다는 뉴스가 가짜’라는 인터넷 뉴스만 퍼 나르고 있더라. 한심했다. 복귀가 가짜냐, 진짜냐, 몇 명이 복귀했느냐, 아니냐가 본질이 아니지 않으냐.”
최근 ‘연세대 등에서 의대생 절반가량이 복학 신청을 했다는 건 가짜 뉴스’라는 말이 의사들 사이에 퍼졌다. 그러나 연세대는 지난 24일 의대 학생 881명 중 1학기 등록을 하지 않은 398명(45.2%)에게 ‘미등록 제적 예정 통보서’를 보냈다. 483명(54.8%)이 등록한 셈이다.
-의협은 단일 대오 투쟁이 필요하다는데.
“의협은 ‘(복학은) 의대생들이 결정할 문제’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학생들을 볼모로 한 잘못된 행동이고 이기적으로 후배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자기 자식 같으면 의대생들한테 저렇게 할 수 있겠나.”
-의협은 ‘1~2주 시간을 더 달라’고 정부·대학에 요청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무슨 의미가 있나. 2주가 지나면 학사 일정만 더 촉박해지고 양쪽의 피해만 커질 뿐이다. 사태가 장기화한 것은 의협이 계속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구체적으로 의협에 어떤 책임이 있나.
“지금 모든 짐을 의대생들이 떠안고 있지 않나. 의협은 의료계의 대표인데 책임과 의무는 전혀 지지 않고 있다. 의대생들 다 죽어가는데 방관만 하고 있다면 비겁하다. 박수를 받든 욕을 먹든, 책임 있는 자리에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집행부가 문제라고 보는 것인가.
“최근 석 달 동안 의협이 한 게 뭐가 있나. 상황이 나빠졌지 좋아진 것이 없다. (집행부가) 피해 보기 싫고 다치기 싫으니까 그런 것 아닌가. 그러니 아무것도 안 하면서 ‘탕핑(躺平·드러눕기)’만 하는 것이다."
-박단 의협 부회장(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어떻게 보나.
“김택우 회장과 둘이 다 알아서 하는데 불통이다. 박 위원장도 남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주변에선 의협을 어떻게 생각하나.
“부글부글 끓는 의사들이 많다. 특히 의협의 탕핑에 대해 ‘무책임하고 비겁하다’는 생각을 가진 의사들이 많다.”
-의협 회장직에 출마했었기 때문에 현 지도부를 비판하는 것 아닌가.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의료계에서 더 욕먹고 비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올바른 소리를 안 하니까 하는 것이다.”
-의협 지도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
“남 탓하지 말고, 현재의 위기에 대해 ‘내가 당사자다’ ‘내가 해결해야 될 문제’라는 태도로 의대생을 도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방법이) 없으면 없다고 하고, 더 이상 볼모로 잡으면 안 된다.”
-일부 의대생은 계속 투쟁하려 한다.
“1년이나 투쟁한 의대생들이 쉽게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은 이해한다. 그러나 의대생 혼자 싸우고 아무도 안 도와주는 상황에서는 지금까지 입은 피해보다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상당수 의대생은 어떤 상황인가.
“많이 동요하고, 흔들리고 있다. 본인들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이 한다. 의대생들이 제적되면 고졸이 된다. 제적 후 구제가 안 될 수도 있다. 앞길이 창창한 이 젊은 아이들 인생은 어떡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어른들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경북대 의대를 졸업한 산부인과 전문의. 2018년부터 경기도의사회장을 맡고 있다. 의정 갈등 국면에서 1년 넘게 매주 토요일 집회를 여는 등 강경 투쟁을 이끌어온 인사로 꼽힌다. 현재 의협 중앙대의원으로, 의협 회장 선거에도 출마했었다. 경기도의사회는 서울시의사회와 함께 의협 산하 시·도 의사회 16곳 중 규모가 가장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