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지금은 의정 갈등이라는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고 했다. /조인원 기자

“의대생 복귀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돌아오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진우(61) 대한의학회장은 28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한의학회는 국내 의학계 대표 기관으로, 전공의 수련을 책임진다. 이 회장은 의료계 내 대표적 ‘대화파’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한 여·의·정(여당·의료계·정부) 협의체에 참여해 의대 증원 규모 축소안 등을 제시했고, 의학 교육 단체 모임인 한국의학교육협의회 회장직을 맡아 이달 초 정부에 ‘2026학년도 모집 인원을 증원 전 수준(3058명)으로 돌려야 한다’고 공식 요청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직 복귀 결정을 못 한 학생들이 있다.

“지난 1년간 휴학하며 투쟁했지만 얻은 것이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아무런 소득 없이 빈손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해 열패감이나 자괴감을 느끼는 학생들도 있는 듯하다.”

-복귀하는 학생들이 정말 빈손으로 돌아오는 건가.

“전혀 그렇지 않다. 정부가 비록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내걸었지만, 2026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돌리기로 한 건 매우 큰 태도 변화다. 또 의정 갈등 도중에 그동안 누적돼 온 의료계 문제가 사회에 드러났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젊은 세대의 희생과 개혁을 향한 에너지가 더 나은 의료 제도를 만드는 동력이 됐다.”

-의대 학생들이 끝까지 수업 거부하면 유급·제적인데.

“휴학 투쟁은 자기 희생이 뒤따른다. 유급이나 제적은 개인에게 너무 큰 피해로 돌아온다. 제자들이 그런 상황에 처하길 바라는 의대 교수는 없다. 정부가 학생들을 유급·제적시키겠다고 협박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 마음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따뜻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제는 학생들이 돌아와야 한다.”

-복귀가 늦어지면 어떤 일이 생기나.

“2년 연속 새 의사가 배출되지 못하고, 전공의 수련에도 2년 공백이 생긴다. 이후 전문의 배출, 군의관·공중보건의 인력 수급에도 연쇄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세계적 수준으로 쌓아올린 우리 의료 시스템과 의학 연구는 5년 안에 퇴보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학술 논문 투고 건수가 전년보다 19% 줄었다.”

-1년 넘게 지속되어 온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 수 있을까.

“결국 꾸준한 대화와 타협뿐이다. 집에 불이 났는데, 불 낸 사람이 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가만히 있으면 집은 다 타버린다. 어떻게든 불부터 꺼야 한다.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 지금은 의정 갈등이라는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그동안 대화를 통해 변화한 것은.

“작년 여·의·정 협의체에서 의대 정원을 증원 전으로 돌리자고 수차례 제안했지만, 당시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이를 조건부로 수용하지 않았나. 의대를 졸업해 의사 면허를 따도 2년간 수련을 하지 않은 일반의는 단독으로 환자 진료를 하지 못하게 하는 ‘진료 면허제’ ‘2년 임상 수련의 제도’ 등에 대해서도 계속 우려를 전달했고, 정부는 결국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대화 문을 계속 두드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최근 정부와 어떤 얘기를 하고 있나.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전폭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늘린 인원을 수용할 학습 공간부터 확보해야 한다. 대학별 상황이 달라 재정 지원을 하더라도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지방 대학은 교수 인력을 보충해야 하는데,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지방에 머무르면서 안정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