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부 보험료 총액 657만2700원, 지급 총액 1억1846만280원.”

최근 한 직장인이 '지인의 것'이라며 소셜미디어에 올린 국민연금 지급 내역 사진. "적게 내고 이렇게 많은 돈을 받은 게 말이 되느냐"면서 진위 논란이 일었다. /소셜미디어

최근 한 직장인이 ‘지인 것’이라며 소셜미디어에 올린 국민연금 안내서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다. 안내서에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직인이 찍혀 있고, ‘납부 기간 99개월, 최초 연금 지급일 2001년 4월 30일’이라는 정보가 적혀 있다. 안내서 발행일은 24년 1월 16일이다. 8년 3개월 동안 월평균 6만6390원가량씩 내고, 이후 22년 9개월 동안 월평균 43만3920원을 받았다는 뜻이다. 낸 돈의 18배를 돌려받은 셈이다.

이 사진이 퍼지자, “이래서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며 2030세대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 사진과 함께 “기성세대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미래 세대의 소득을 과도하게 끌어다 쓰는 구조는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내용의 글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논란을 확산시켰다.

국민연금은 10년 이상 보험료를 내야 연금을 받을 자격이 생긴다는 점을 들어, ‘가짜 아니냐’는 진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본지가 국민연금공단에 확인한 결과, 해당 사진은 진짜였다. 국민연금공단 측은 “실제로 존재하는 가입자”라며 “5년 이상만 보험료를 내면 연금 수급 자격이 생기는 ‘특례 노령연금’ 해당자”라고 했다. 국민연금은 원래는 10년 이상 가입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특례 노령연금 대상자는 5년 이상만 가입하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 도입 당시 그때 이미 40대 후반~50대였던 사람들은 납입 기간 10년을 채우기 어려웠기 때문에 예외를 둔 것이다. 대신 1953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만 가능했다. 우리나라는 1988년 국민연금을 도입했고, 1999년 전 국민에게 적용했다.

다수의 연금 전문가는 “특이한 사례로 보일 수 있지만 초기 가입자의 경우, 이 사람보다 수익률이 높은 경우도 많다”고 했다. 제도 도입 초기일수록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혜택을 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적 연금은 사회 보장 제도라는 특성이 있는 데다 초기 가입자들은 가입할 수 있는 기간 자체가 짧고, 국민들이 제도에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 특례 등을 둘 수밖에 없다”며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게 설계된 측면이 반영됐을 수 있다”고 했다.

초기 가입자에게 혜택이 관대한 것은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실제 국민연금이 도입될 당시, 국내에선 ‘조건이 너무 가혹하다’는 반발이 나왔다. 유럽 등에선 공적연금을 도입할 때 납부 이력이 없더라도 최소한의 보장을 해 주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수급액은 물가 상승에 따라 연금액이 계속 올라가는 구조라, 최근 받은 돈을 수십 년 전 낸 보험료와 일대일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용하 전 국민연금연구원장은 “초기 가입자들은 부모 세대를 봉양하며 본인 노후 준비를 못 한 세대이다 보니 제도 설계 때 이를 반영했고, 현재 청년 세대 입장에서는 국민연금 혜택을 받는 부모 세대에 대한 봉양 의무가 다소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며 “이런 세대 간 재분배 기능을 무시한 채 정치적 목적으로 무작정 세대 갈등을 부추기면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