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발언 듣는 김택우 의협회장과 박단 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뉴시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0개월 만에 대대적 궐기대회를 열기로 하는 등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내부에선 ‘정부와 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의협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의료계 관계자는 7일 본지 통화에서 “의협 집행부에서도 강경 투쟁에 대한 회의론이 일면서 이제는 정부와 대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강경 투쟁을 고수해 온 측에서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투쟁하는데 협회는 뭘 하느냐’는 식의 비판을 반복해 왔지만, 정작 실질적 대안은 내놓지 않아 내부에서 이들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다”며 “이에 정부와 대화를 추진하자는 기류가 생겼다”고 했다.

의협 측은 오는 13일 전국 의사 대표자 회의를, 오는 20일에는 전국 의사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7일 오후 열린 전국 시도 의사회장단 회의에선 ‘아직 각 정당에서 대선 후보 등이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총궐기대회를 하는 것은 이르지 않으냐’는 등의 의견도 다수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의협 내부에선 박단(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의협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달 28일 박 부회장이 “팔 한 짝 내놓을 각오도 없이 뭘 하겠다고”라며 복귀하는 의대생들을 비판한 뒤 이런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한다.

의료계에서는 박 부회장이 의대 교수들과 공개 언쟁으로 갈등을 빚고, 사직 전공의들과도 소통이 부족한 점 등을 비판하며 전공의 대표를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박 부회장이 주장하는 ‘전공의 7대 요구안’도 지나치게 강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의협 김택우 회장은 지난 1월 박 부회장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박 부회장의 강경 기조에 발맞춰 왔다.

의협 관계자들은 “정부와 정치권과는 대화를 계속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면서 “‘강온 양면(강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쓴다)’ 전략이라고 보면 된다”고도 하고 있다. 오는 6월로 예정된 대선과 7~8월의 전공의 하반기 추가 모집을 앞두고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