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예식장들의 대관료가 계절, 요일, 시간대에 따라 수백만원까지 차이가 나고 있다. 예식장 측은 수요가 몰리는 시기엔 가격도 오른다고 말하지만, 예비 부부들 사이에선 ‘바가지 쓴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23일 본지가 서울 강남구의 한 예식장에 대관료를 문의해보니, 결혼 수요가 몰리는 올해 11월 1일(토요일) 낮 12시 30분 예약 대관료는 900만원에 달했다. 반면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둬 인기가 낮은 오는 9월 28일(일요일)은 400만원으로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서울 강남의 다른 예식장도 토요일 대관료가 일요일보다 10%가량 비쌌다. 7월 26일 오후 5시 30분 대관료는 여름휴가철인 데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시간대이다 보니 150만원으로 가격이 확 내려갔다.

한 예식장 관계자는 “항공권도 비수기·성수기 가격에 차이가 있고, ‘땡처리 항공권’도 있지 않느냐”며 “예식 업계에선 이런 가격 탄력성 때문에 ‘예식장 사장도 자기 예식장 결혼 비용이 정확히 얼마인지 모른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예비 부부들의 선호도가 높아 예약 경쟁이 치열한 봄과 가을, 토요일, 낮 시간에는 대관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인 예비 부부들은 “인기 있는 날짜의 요금이 어느 정도 비싼 것은 이해가 되지만, 적게는 두세 배에서 많게는 10배 가까이 차이 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재료값 등 고정 비용이 있는 식대·꽃장식 등과 달리 대관료는 예식장 입장에서 ‘고무줄 가격’을 적용하기 수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일부 예식장들은 ‘기본 대관료’라며 가장 높은 금액부터 부른 후 ‘할인’이라며 줄여주는 식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예식장 대관료가 공개되지 않는 ‘깜깜이’인 것도 문제다. 올 하반기 결혼을 준비 중인 직장인 최모(33)씨는 “예식장 상담을 받아보면 어느 날짜, 어느 시간대에는 어떤 요금이 부과된다는 것이 표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부르는 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예비 부부들은 본지에 “예식장들이 비수기와 성수기, 요일, 시간대별로 가격을 세분화해 공개토록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