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27일 후보 수락 연설에서 성남시의료원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는 “부정한 기득권자들이 좌절시킨 시립 공공병원의 꿈을 성남시장이 되어서라도 반드시 이루려고 시장 출마, 정치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꿈을 이뤘다.
이 후보는 2003~2005년 시립병원 설립추진위원회 공동 대표를 맡았다. 당시 시 의회는 재정 적자와 의료 서비스 질 저하 등을 이유로 시립병원 설립을 반대했다. 이 후보는 소셜미디어에 “(시 의회에서) 방청하던 시민들과 함께 항의하다가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수배됐고, 이렇게 해서 제가 갖고 있는 전과 중 하나가 생겼다”고 썼다. 성남시의료원은 이 후보가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되자 시 예산이 투입돼 공사가 진행됐고, 2020년 문을 열었다.
이 후보는 ‘가난한 사람도 필요하면 언제든 병원에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앞세웠다. 실제 민간 병원이 없는 곳에 공공병원이 들어서면 의료 공백을 채울 수 있다. 진료비도 저렴해 저소득층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공공 의료도 적재적소에 있고 효율적이어야 지속 가능하다.
지난 22일 기자가 찾아간 성남시의료원 로비와 병실들은 황량했다. 지난 5년간 성남시 출연 4784억원에 국비 보조금 83억원도 받았음에도 지난해 기준 병상 299개 중 64%가 비었다. 매년 500억원 안팎의 의료 부문 적자가 발생한다.
근본 이유는 이용자의 외면이다. 이곳에서 30분~1시간 정도면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강남세브란스에 갈 수 있다. 성남시 안에도 분당서울대병원과 차병원이 있다. 성남 시민 설문조사 결과, 가장 진료받고 싶은 병원은 분당서울대병원(60.4%)이었고, 성남시의료원은 12.9%에 그쳤다.
성남시의료원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다는 선한 목적으로 시작됐지만, 결국 시민들이 낸 수천억 원의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았다. 정책에선 목표가 선하다고 결과가 꼭 선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성남시의료원은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