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인 시한폭탄', 초침이 돌고 있다
     지난 주말 1위 가상 화폐 거래소 빗썸이 가상 화폐 24개를 상장 폐지(상폐)했다. 1주일 새 국내에서만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코인’ 4분의 1가량(1, 2위 거래소 기준)이 시장에서 퇴출됐다. 투자자들의 물적·정신적 피해도 커지고 있다. 금융 당국은 거래소들의 ‘마구잡이 상장’도 수수방관하더니, ‘벼락 상폐’도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팔짱 끼고 구경만 한다. 시한폭탄 초침이 돌아가고 거래소들의 폭탄 떠넘기기가 본격화하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고 경고하는 사람이 없다. 무능한 정부는 많았지만 이 정도로 무책임한 정부는 본 적이 없다.
[사설] ‘잡코인’ 무더기 퇴출, 현실로 나타난 ‘코인 재앙’
💬 세계에서 코인 광풍이 가장 거센 한국에선 부작용이 더 크게 불거질 것이다. 이제라도 피해를 줄이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깜깜이 상폐’ ‘기습 상폐’를 두고 볼 게 아니라, 주식시장처럼 표준화된 상장·상폐 기준을 마련해 혼선을 최소화해야 한다. 코인 가격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는 무분별한 투자자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계속 던져야 한다. 시한폭탄 초침이 돌아가고 거래소들의 폭탄 떠넘기기가 본격화하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고 경고하는 사람이 없다. 2030세대가 다수인 코인 투자자 눈치만 보며 모두 입을 닫고 있다. 무능한 정부는 많았지만 이 정도로 무책임한 정부는 본 적이 없다.
[만물상] 메르켈 리더십
💬 집권 16년째인 이 여성 지도자의 인기도가 임기 말년에도 63%로 차기 총리 후보들을 압도한다.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을 펴서 인기가 높아진 게 아니고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태도로 나라 위해 뚜벅뚜벅 제 할 일을 하면서 경제와 외교에서 눈부신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메르켈 덕분에 독일은 경제 대국의 기반 위에 유럽의 외교적 맹주로 부상했다. 이런 지도자를 가진 나라가 부럽다.
[최영미의 어떤 시] [25] 6월의 언덕

💬 아카시아 꽃 못 본 지 한참 되었다. 세검정 골짜기에 울창한 아카시아 잔가지를 손으로 툭툭 건드려 꺾으며, 누구께 잎이 많이 달렸나? 친구와 내기를 하며 산길을 내려왔다. 아카시아 우거진 학창 시절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서점에 들려 노천명의 ‘사슴의 노래’를 샀다. (…)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 장미는 말을 배우지 않았고, 사슴은 먼 데 산만 쳐다 보았다. 조용한 비명이 페이지마다 쌓인 시집을 덮고 내 입에서 나온 말: 시인이 되지 않았다면 더 행복했을까.
[여론&정치] 입맛에 맞는 여론만 ‘국민 뜻’
💬 여당은 여론을 근거로 수술실 CCTV 설치법을 밀어붙이려면 다른 수많은 민생 사안과 정책에 대해선 왜 철저히 여론을 외면하고 있는지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 현 정부 경제 정책의 상징인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한 민심은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쪽이다. 부동산 정책, 고용·노동 정책, 공직자 인사(人事) 등도 국민 70~80%가 ‘잘못하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래도 정부·여당은 눈과 귀를 막고 꿈쩍도 않고 있다. (…) 여론조사 결과가 입맛에 맞으면 ‘국민께서 지지하는 정책’ ‘주권자의 의지’라며 떠받들지만, 탈원전 반대처럼 불리한 여론은 못 들은 척 얼렁뚱땅 뭉개고 있다.
[新중동천일야화] 12년 집권 네타냐후 퇴장… 그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국제사회에서 네타냐후는 악당 이미지로 유명하다. 오슬로 평화협상을 이끌었던 이츠하크 라빈 총리 같은 존경과 찬사를 받지 못한다. 정착촌을 확대하며 팔레스타인을 억압해 온 그를 아랍은 증오한다. 강경한 대외 정책은 선명하고 유능했을지 모르나 부작용이 많았다. 여기에 국내 정치의 부패 스캔들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보수파를 아우르지 못했고 마침내 실각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보수 유권자들은 안보 위협을 겪는 국가의 지도자가 보여주어야 할 덕목들을 그의 이력에서 본다. 전역 후 참전을 위해 바로 이스라엘로 돌아왔던 청년 장교의 이미지, 인질 구출 작전에 나섰던 형을 잃은 비극의 스토리는 적을 사방에 두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서사다. 초지일관하는 그의 이념과 정책 기조, 결기 있고 능수능란한 외교 역시 현 이스라엘 어느 정치인에게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베네트 현 총리의 정치적 경륜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 정치가 그를 다시 소환하는 날이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지 모른다. 단, 부패와 독직 혐의를 어떻게든 털어낼 수 있다면 말이다. 그의 이름 베냐민의 뜻은 ‘오른손의 아들’이다. 우파의 아들 네타냐후는 아직 퇴장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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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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