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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 설치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천막·텐트 농성장 뒤로 월대에서 수문장 교대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주말마다 열리던 대규모 집회가 평일까지 열리고 있다. 한쪽에는 ‘단식 중’이라 적힌 플래카드와 천막이 있고, 다른 한쪽에선 공짜로 떡볶이와 파전, 후식으로 커피를 나눠 준다. 구호 제창이 끝나면 흥겨운 노래와 함께 일대 도보 행진을 시작한다. 이 모든 과정은 올림픽 중계만큼 생생하게 유튜브 라이브로 송출되기 때문에 현장에 없더라도 참석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집회가 끝나면 참석 인원이 천 단위, 만 단위라며 자체적으로 추산하며 자축이 이어진다. 외국인들이 보면 축제인지 집회인지 헷갈릴 만한 풍경이다.

15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주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린 가운데 세종대로와 광화문광장에 경찰 버스로 차벽이 세워져 있다./연합뉴스

일상이 된 집회에 드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 서울경찰청 기동단 소속 A 경감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숨지는 일이 있었다. A 경감은 집회 현장에 투입돼 질서 유지 업무를 맡고 있었다. 휴무 날에도 급하게 비상근무를 서야 하는 일이 허다했고, 당직으로 25시간을 내리 근무한 날도 있었다. 이날도 그는 20시간 넘게 이어진 당직 근무를 마치고 귀가해 잠들었다가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평화적 시위’ ‘질서 정연한 집회’라는 자화자찬이 넘쳐 나지만 평화를 뒷받침하는 이들은 따로 있었다. 늘어난 탄핵 찬반 집회로 경찰들은 지난 1월 평균 113.7시간의 초과근무를 해야 했다. 작년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집회·경비 업무에 투입된 기동대는 누적으로 5462개 부대다. 인원으로 따지면 32만7000명이다. 곧 다가올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선고일에는 서울에 경찰 기동대 1만4000명이 투입된다. 이들은 폭력 시위에 대비해 무인기 무력화 같은 등 테러 대비 훈련도 해왔다.

경찰만 부담이 커지는 게 아니다. 대규모 집회로 거리가 통제되면 가게를 닫아야 하는 자영업자들,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하는 배달·물류업 근로자들에게도 피해가 간다. 긴급 상황에 대비한 소방·구급 인력들이 비상 동원돼야 하고, 집회 후 남겨진 쓰레기 처리와 청소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 또 소음 기준을 지키지 않고 연설과 노래를 송출하는 탓에 인근 건물에 있는 사람들까지 강제로 집회 참여자가 되고 만다. 집회가 열리는 동안 인근에 인파가 몰릴 것을 우려해 지하철이 무정차 통과하거나,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역이 임시 폐쇄돼 도시 일대가 일시적으로 마비되기도 한다.

집회에 참석하는 시민들이 어떤 마음으로 목소리를 높이는지 이해한다. 하지만 문제는 대의(代議)를 위해 선거로 뽑아놨더니, 오히려 “직접 거리로 나서달라”고 부추기는 정치인들이다.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릴 때마다 “국민이 주인”이라더니 자신들의 책임을 주인에게 떠넘겼다. 모 의원은 “뭐라도 해야 하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거리로 나선다”고 한다. 세상엔 안 하느니만 못한 일도 있다. 전국에서 진행 중인 몇몇 집회는 정치 현상을 바꾸는 집회가 아니라 갈등만 부추기는 소요다. 참다 못해 거리로 나서는 마지막 수단으로서의 집회도 아닌, 매일 출근하다시피 참석하는 일상적 집회가 무엇을 바꿀 수 있나. 길바닥 정치의 대가로 지불해야 할 비용만 늘어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