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혼인 건수가 사상 최저인 21만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년 저출산이 예상된다. 이렇게 인구가 줄어들면 나라가 쇠퇴할 수밖에 없다. 서울 명동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의 모습./연합뉴스

2020년 출생아 27만명, 사망자 30만명, 한국에서 사상 최초로 전쟁이나 질병이 아닌 자연적인 이유로 인구가 줄었다. 예상보다 9년 앞섰다. 합계출산율 0.84명은 OECD 평균 1.6명의 절반 수준으로 주요국 중 가장 낮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번 수치에 코로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혼인 건수가 사상 최저인 21만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년 저출산은 안 봐도 비디오다. 이렇게 인구가 줄어들면 나라가 쇠퇴할 수밖에 없다. 저출산이 세계적 추세라고 해도 지난해 중국에서는 1000만명, 일본에는 83만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우리가 무슨 수로 버티겠나.

저출산이 뿌리내리면서 먼 훗날로 생각했던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장 직격탄을 맞는 곳은 대학이다. 정원 채우기가 어려워졌다. 합계출산율 2명이 무너진 1984년부터 학령인구 감소가 예견되었음에도 대학 설립 기준을 완화하면서까지 대학을 100개 이상 늘린 것이 화근이었다. 5년 후에는 대학 학령인구가 또 60여만명 줄어드는 데다가, 코로나 계기로 비대면 강의가 확산될 추세라서 대학의 앞날은 극히 어둡다.

경제는 이미 본격적 침체에 들어갔다. 코로나가 본질을 가리고 있어 보지 못할 뿐이다. 일본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잃어버린 20년간 GDP는 제자리에 머물고, 세수는 40%가 줄었다. 집값은 반값이 되었고, 주가는 4분의 1로 떨어졌다. 우리 인구 절벽은 90년대 일본보다 더 가파른데 과연 비켜 갈 수 있을까? 국민연금은 더 위태롭다. 지금 태어난 아기가 한참 일할 때인 30대 중반이 되면 연금 재정은 고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보다. 군 입대 자원인 18세 남자는 20년 전 43만명에서 지난해 27만명으로 줄었고, 또 20년 후에는 15만명이 된다. 현재 57만명 병력 유지는 아예 불가능이다. 앞으로 이 나라는 누가 지키나?

저출산의 파고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데 우리 사회의 인식은 참 안일하다. 오히려 역행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생산가능인구는 향후 10년간 340만명, 20년간 870만명이 감소하는데, 전국에 고층 빌딩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금도 공실률이 11%가 넘는데 앞으로 누가 채우나? 얼마 전 새만금에 27만명 정도 신도시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는데 이 역시 누가 채우나? 사람이 없어 기존 공항도 폐쇄 위기에 있는데 가덕도공항을 건설하고, 지방대학은 고사 위기인데 한전공대를 신설하는 것 등 모두 난센스이다.

2005년 이후 수백조원을 쓰며 추진한 저출산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원인이 워낙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MB 정부 시절 출산율이 2001년 수준인 1.3%까지 회복된 적이 있는데 여기서 단서를 찾을 필요가 있다. 당시 집값 안정과 경제 활성화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지금처럼 집값 폭등에 일자리마저 감소하면 출산율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모든 것이 늦었고, 다른 대안도 없는 만큼 이제 이민을 고민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이민자는 우리 직업을 빼앗고, 세금을 축낸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민자는 오로지 잘살겠다는 꿈을 가지고 오기 때문에 열정적으로 일한다. 나라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된다. 구글, 인텔,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테슬라 등도 이민자들이 일궈낸 성과다.

중국 조선족이나 베트남 청년들을 지방대학에 유학시키고 국적을 주면 어떨까? 사실 이나마도 쉽지는 않다. 요즘 조선족 청년들은 중국에 훨씬 기회가 많기 때문에 굳이 한국에 올 마음이 없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베트남 청년들이라도 잡자.

저출산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학의 경우 과감한 구조조정과 함께 출구를 만들어 주자. 그 땅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훨씬 낫다. 지방 교육 재정도 차제에 개선하자. 지난 10년간 학령인구는 26%가 줄었는데 재정 규모는 66%가 늘어나는 기이한 모습이다.

국방력 공백을 생각하면 한·미·일 안보 동맹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제 모병제를 검토할 때가 되었다. 국민 정서상 힘들지 몰라도 안정된 일자리가 늘어나는 부수적 효과도 작지 않다. 국가 부채를 줄이고, 연금도 개혁해야 한다. 지금처럼 가면 인구가 줄어드는 미래 세대가 감당할 수 없다. 이 외에도 할 일이 태산 같지만 무엇 하나 진전되는 것이 없다. 국가 미래보다는 눈앞의 정권에만 집착하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지만 사회의 무관심이 더 문제다. 이러다가 결국 인구 대재앙이 현실화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