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국립발레단 같은 국공립 예술 단체의 지방 이전은 ‘원론적’으로 검토할 만한 사안이다. 중앙 부처와 공공기관, 연구소마저 지방으로 옮기는 마당에 예술 단체만 예외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문화 예술 분야의 수도권 과밀화를 방지하고 지역 주민들의 향유 기회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호의적 평가는 여기까지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들 단체의 지방 이전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논리적 허점이나 모순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당장 문체부가 논거로 들었던 해외 사례부터 사실관계가 틀렸다. 문체부는 ‘문화 한국 2035’에서 “영국 BBC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1990년대 런던에서 맨체스터로 이전”하면서 “맨체스터가 클래식 음악의 중심지 중 하나로 성장했다”고 했다. 하지만 런던과 맨체스터 주민들이 들으면 웃을 일이다. BBC 필하모닉은 1922년 창단 당시부터 맨체스터에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 공영 방송인 BBC는 BBC 심포니(런던) 외에도 BBC 필하모닉(맨체스터), BBC 스코티시 심포니(글래스고), BBC 웨일스 오케스트라(카디프) 등 다양한 악단과 합창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체부는 국공립 예술 단체의 지역 이전과 함께 이들 단체의 사무국 통합 방안을 밝히기도 했다. 만약 두 사안은 개별적으로 추진할 경우에는 검토할 만하다. 하지만 예술 단체들의 사무국은 하나로 통합하면서 정작 단체들은 뿔뿔이 흩어 놓는다면 흡사 몸통은 하나인데 머리는 여럿인 ‘히드라’처럼 이상한 모양새가 된다. 결국 국회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유인촌 장관은 “국회와 단체가 반대하면 안 할 수도 있다”고 물러섰지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또한 국공립 예술 단체의 지역 이전을 추진한다면 마땅히 사전 검토해야 할 사안이 있다. 만약 서울예술단이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이전하고, 국립오페라단이 다른 지역으로 간다면 해당 공연장과 어떤 협업이 가능한지 미리 청사진을 내놓았어야 한다. 중앙 단체와 지역 공연장은 재원 조달부터 공연 일정 수립까지 체계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예술 정책에서도 각론 없는 총론은 공허하고, 총론 빠진 각론은 맹목적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서울 예술의전당에 국립이 아닌 전속 오페라단이나 발레단·합창단·오케스트라를 새로 뽑게 할 계획”이라는 유 장관의 발언도 또 다른 오해를 낳을 소지가 있다. 국공립 예술 단체들을 굳이 지방으로 옮기면서 서울에서 새롭게 인력을 뽑는다면 중복 과잉 투자라는 반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본래 예술 정책에 절대적인 선악이나 옳고 그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최근 문체부는 지나치게 단기간에 지나치게 많은 분야에 대해서 정책 발표와 발언들을 쏟아낸다는 우려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문체부에 필요한 덕목이 있다면 ‘선택과 집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