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우였다. 올해 장마가 끝난 지난달 26일 기준 이번 폭우의 사망자는 47명에 달했고, 13개 지자체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청구서가 매년 날아들고 있다. 19세기 이후 지구 온도는 1.1도 상승했고, 클라우시우스-클라페이론 방정식에 따르면 대기의 수증기는 이론적으로 7% 증가했다. 이를 무게로 측정하면 8900억톤을 넘는다. 하늘로 올라간 막대한 수증기는 장마전선과 저기압을 만나 설계 빈도를 초월한 폭우로 돌변한다. 이 때문에 지구촌이 물난리로 상처를 입는다.

세계경제포럼은 향후 10년간 인류를 위협할 10대 리스크 중 상위 3개 요인을 모두 기후 리스크로 전망한다. ‘치수(治水)’는 국가 안보의 핵심이 됐다. 이에 세계은행은 최근 기존의 물 배분 중심의 입장에서 선회하여 댐과 같은 물그릇을 확충함으로써 극한으로 치닫는 물 재해에 대응해 줄 것을 각국 정부에 주문하고 있다.

이번 폭우 사태를 돌아보면 물그릇의 중요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목적댐은 집중호우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는 핵심 시설로, 홍수 조절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다목적댐은 이번 장마 동안 제 역할을 했다. 올해 많은 강우가 예상되자 전국 20개 다목적댐은 홍수가 시작되기 전 수위를 충분히 낮추어 73억톤의 저수 용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폭우에 대비해 물그릇을 사전에 비움으로써 댐 저수 용량을 최대한 확보한 것이다.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되자 댐 하류와 하천의 홍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상당량의 강우를 댐에 최대한 잡아두며 시간을 벌어주었다. 특히 대청댐의 경우 가장 많은 홍수량이 유입되던 7월 15일, 유입량의 단 20%에 해당하는 초당 1300톤만 방류를 유지했다.

그러나 미래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현재의 댐 저수 용량이 적정한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나라 다목적댐은 200년 빈도(2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규모)의 강우에 대비하여 설계됐다. 그런데 200년 빈도 값은 댐 설계 당시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라 현재의 200년 빈도 홍수량과는 차이가 있다. 엄밀히 말하면 댐 건설 당시 기준 200년 빈도에 해당하는 강우량만 있을 뿐 이제 200년이라는 빈도는 무의미하다. 집중호우가 짧은 기간에 여러 번 내리는 최근의 강우 패턴으로 볼 때, 수십 년 전에 설계된 다목적댐은 홍수를 저류하기 위한 물그릇이 충분하지 않다. 즉,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강우 규모의 증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들은 기존 댐 재개발과 신규 댐 건설 등 물그릇 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20년 7월 규슈 지방의 기록적 폭우로 막대한 인명 피해를 입은 이후 주민 반대로 중단했던 가와베가와 댐 건설 재추진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루스벨트댐 등 지은 지 70년이 넘은 노후 댐의 본체를 증고하여 물그릇을 키우는 기존 댐 재정비 사업을 일찍부터 추진했다.

우리도 물그릇 확보에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기존 댐 재정비 같은 구조적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나라 다목적댐은 대부분 수령이 30년이 지난 노후 댐이다. 기존 댐의 증고와 함께 저수지 바닥 준설, 시설 보강 등을 통하여 극한 홍수와 가뭄에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물그릇을 확보해야 한다. 지역별로 필요하다면 신규 댐 건설도 병행해야 한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기후위기는 인권 문제’라고 선언했다. 댐은 기후위기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는 핵심 인프라다. 댐에 대한 투자는 인권을 위한 투자와 다르지 않다. 비 소식이 계속해서 전해지고 있다. 6호 태풍 ‘카눈’도 북상하고 있다. 폭우로 인한 비극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치수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국가적 투자를 늦출 여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