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수력원자력 및 한국전력공사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결하고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이 자사 원천 기술을 침해했다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2년여 만에 법적 분쟁을 중단했다.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 해결로 다음 달로 예정된 체코 원전 계약 체결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체코 프로젝트는 한국 원전 기술의 우수성을 유럽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향후 폭발적으로 열릴 신규 원전 시장을 점유하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이 끝났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전쟁에 가까운 경쟁은 계속된다. 원전 시공 능력을 갖춘 국가는 한국,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중국 등으로 한정돼 있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는 시공 능력, 가격, 평판 등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우리나라 원전 산업의 경쟁력은 이미 국내와 UAE에서 건설·운영해 온 원전들을 통해 충분히 검증되었다. 국내 원전 산업의 높은 자급도와 잘 갖추어진 공급망은 해외 원전 수주 시 시공, 기자재·부품 제조, 발전소 운영 등 전 분야에 걸쳐 국내 기업들에 혜택을 줄 수 있는 강점이 된다. 이는 ‘팀 코리아’로서 우리 원전 산업 생태계의 강점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앞으로의 글로벌 프로젝트에서는 팀 코리아라는 집단적 강점뿐만 아니라, 각 기업과 기관이 개별적으로 갖춘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세계 원전 시장은 2033년까지 매년 19~33GW(기가와트) 규모의 신규 원전이 건설될 것으로 전망된다. 1970년대 원전 전성기에 버금가는 규모다. 또한 2050년까지는 1000GW 가까운 신규 원전이 필요하다. 팀 코리아도, 웨스팅하우스도 모든 것을 독식할 능력도 안 되고 규모도 안 된다. 모두가 최대의 공급을 기록해도 될까 말까 한 시장 규모다. 여기서 잘하면 더 크게 자랄 것이고, 못하면 도태될 것이다.
이번 합의의 구체적 내용은 비공개라 알 수 없다. 일각에서는 유럽 시장을 내주는 조건으로 합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가지고 있다. 시장 나눠 먹기식 합의는 사실 불가능하며, 있었다고 하더라도 향후 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 유럽 소비자가 담합으로 더 저렴한 원자력을 가질 기회를 박탈당한 것으로 결론 나면 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 주어진 시장에서 어떻게 성공할지 걱정해야 할 시간이다.
이제 ‘팀 코리아’의 각 선수는 프리랜서가 되어 팀 코리아뿐만 아니라 여러 팀에서 경기를 뛰게 될 것이다. 결국 경쟁력이 있어야 다른 팀에서 불러주는 선수가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팀 코리아는 더 강한 선수들이 뭉친 한 단계 위의 팀이 될 수 있다. 또한 팀 코리아 2, 팀 코리아 3가 생겨나야 한다. 한전·한수원이 주도적으로 이끄는 팀 외에 민간 기업이 이끄는 팀 코리아가 많이 생겨야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 토양이 견실해질 수 있다.
이제 우리 원자력 산업은 새로운 도전의 시기를 맞이했다.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을 해결하면서 중요한 장애물을 제거했다. 하지만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우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경쟁력이 ‘K원전 산업’의 사활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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