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가 비위생적인 물을 통해 전파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 약 170년이 지났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콜레라 팬데믹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특히 2021년 이후 콜레라가 다시 급증하면서 오랫동안 콜레라가 근절되었던 국가들에서도 발병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렇게 여전한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이 콜레라 팬데믹에 맞서 싸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콜레라는 제때 치료받지 못할 경우 사망률이 최대 50%까지 올라간다. 이런 위기 상황에 대응할 중요한 수단은 다름 아닌 먹는 방식의 콜레라 백신이며, 바로 이 지점에서 대한민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다자간 글로벌 보건 기구들의 주요 공여국으로 자리 잡았다. 그뿐 아니라 현재 세계에서 유일한 세계보건기구(WHO) 승인을 받은 경구용 콜레라 백신(OCV)을 공급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구용 콜레라 백신을 공급하는 대한민국의 백신 제조사는 최근 한층 개선된 새로운 경구용 콜레라 백신을 개발했다. ‘유비콜-S(Euvichol-S)’라는 이 백신은 기존 백신보다 투여가 용이하다. 가격도 저렴하다. 지난해 WHO는 ‘유비콜-S’에 대해 사전 적격성 평가(PQ) 승인을 했고, 이를 통해 콜레라 백신 공급량은 2023년 3800만도스(1회 접종량)에서 2024년 5000만도스까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콜레라는 탄광 속의 유독가스를 미리 감지하고 알려주는 카나리아 새와 같다. 보건 시스템이 과부하되면 경고처럼 나타나는 질병이다. 콜레라가 발생하면 여지없이 홍역과 같은 다른 질병들도 함께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로 콜레라 및 기타 질병의 발병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백신을 미리 비축하고 공급망에 투자하는 것, 그리고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강화해 보건 시스템의 취약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은 2000년 설립된 비영리단체(NGO)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들을 지원하며 10억명 이상의 어린이에게 예방접종을 제공해 왔다. 이를 통해 1800 만명 이상의 생명을 구하는 데 기여해 왔다. 대한민국은 이 성과에 크게 기여한 주요 공여국 중 하나다. 무엇보다 백신 제조 강국으로서 한국 기업들은 세계백신면역연합에 백신을 공급하는 세계 4위 국가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경제발전의 기적을 이끈 선도적인 연구개발(R&D) 투자는 제약·백신 산업 성공의 초석을 다졌다. 다른 국가들에 훌륭한 성공 모델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글로벌 백신 형평성 증진 노력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공헌을 이어가고 있다. 예방접종에 투자된 1달러는 54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말해주듯 건강한 세계가 곧 번영하는 세계다. 그 가운데에 대한민국이 있다.
세계백신면역연합은 2026년부터 2030년 말까지 5억명 이상의 어린이에게 예방접종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들이 역사의 뒤로 사라지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한국과의 지속적인 협력이 중요하다.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그 역할을 확대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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