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21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산림의 날’이다. 올해 주제는 ‘숲과 먹거리’다. 숲에서 우리는 쑥, 고사리, 곰취 같은 산나물은 물론이고 버섯류, 약초류까지 다양한 먹을거리를 얻는다. 먹을거리 공급처로서 숲도 중요하지만, 편하게 숨 쉬고 쉴 수 있는 생활 속 도시 숲도 중요하다. 우리 국민은 92%가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다.
작년은 유난히 더웠던 한 해였다. 초여름 6월과 초가을 9월에 폭염이 있었다. 또한 작년 열대야 일수(日數)는 20.1일에 달했다. 열대야가 찾아온 날이 이전 어느 해보다도 잦았다. 폭염과 열대야가 있을 때 어린이와 노인의 건강 리스크는 올라간다. 하지만 숲속에서는 폭염과 열대야의 힘이 약해진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 도시 숲은 도심보다 폭염 일수가 최대 30%가량 적었고, 기온은 3~7℃ 낮았다.
생활 속 나무의 숲 그늘은 도시 열기를 식힌다. 또한 나무들이 연결된 가로수 협곡(street trees canyon)에서 뜨거운 열기를 빼내는 생활 속 천연 에어컨 역할도 해낸다. 나무는 뿌리에서 가져온 물을 수증기로 뿜어내면서 숲 주변의 열기를 식혀준다. 도시 숲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온열 질환에도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미세 먼지 농도를 낮춰 호흡기 질환에 걸릴 위험을 낮춰준다.
산림청은 2023년 기준 1인당 생활권 도시 숲 면적을 14.07㎡로 발표했다. 국제적 권고 기준인 15.0㎡의 93.8% 수준이다. 양적으로 도시 숲이 적정 수준에 가깝다는 얘기다. 하지만 도시 숲이 골고루 분포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질적 수준에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모든 가구가 300m 이내 거리에 최소 0.5헥타르 크기의 녹지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을 권장한다. 도시 숲의 연결성과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호주 멜버른시도 숲 그늘을 확대하는 등 도시 숲 정책을 양적인 부분보다 질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도시에 있는 아파트와 주택의 작은 나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 단지의 생활 속 나무와 도시 숲은 국민들이 일상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숲이다. 그러나 공동주택 단지의 나무는 과도하게 잘려나가곤 한다. 갖가지 민원이나, 혹은 관리를 위해 필요하다는 명목 때문이다. 가로수, 학교 숲, 다양한 도시 숲은 산림청 지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하지만, 공동주택 단지의 나무는 사유지이다 보니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잘 관리된 공동주택 단지의 나무와 숲이 어린이공원, 근린공원, 자연공원의 큰 숲으로 연결되면 산에서 부는 바람과 다양한 생물이 도심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큰 숲에서 작은 숲으로 이어지는 숲 네트워크는 박새와 곤줄박이 등 산새가 찾아와 지친 도시민의 마음을 달랜다.
공동주택 단지의 생활 속 나무와 도시 숲을 잘 관리기 위해서는 우선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주민들의 참여가 더욱 중요하다. 주민들이 나무와 숲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공동 관리 규약 등을 만들고, 지자체에서 이를 지원한다면 도심에서 아름다운 나무와 숲을 아침에 눈을 뜰 때 만날 것이다. 생활 속 나무와 도시 숲은 도시 전체에서 폭염을 이겨내고 다양한 생물을 도심으로 끌어내는 힘이다. ‘세계 산림의 날’을 계기로 나무의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생활 속 도시 숲을 보다 많이 가꿨으면 한다.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1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