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방송 중단과 함께 사실상 해체 작업에 들어간 VOA(미국의 소리)와 RFA(자유아시아방송)는 그동안 북한 김정은 정권의 통치 기반을 흔드는 첨병 역할을 해왔다. 2024 회계연도 기준으로 VOA 한국어 방송은 약 680만달러, RFA 한국어 방송은 319만달러를 집행했다. 미국 정부는 이와는 별도로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을 통해 지난해 대북 민간 방송 등 25개 프로젝트에 489만달러를 지원했다.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DRL)이 해마다 북한 인권 관련 비정부기구(NGO)들에 지원하는 기금을 더하며 미 정부는 북한의 자유와 민주주의 촉진을 위해 연간 약 2000만달러를 투입해 왔다. 이러한 지원이 대부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미국의 여러 전·현직 관리는 기회마다 미국과 한국이 북한 안팎의 정보 흐름을 훨씬 더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해 왔다. 한 전직 국방 관리는 필자에게 외교·안보 약어로 미화 10센트를 뜻하는 ‘DIME’을 통해 한미 정부가 대북 정보 유입을 대대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Diplomacy)는 막혀 있고 군사(Military)적 옵션은 제한적이며, 경제(Economy)는 고강도 대북 제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남은 수단인 정보(Information) 유입을 더 확대해 북한인들의 의식을 깨우는 것이 북한을 변화시키는 최선이란 뜻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VOA 등이 방만한 예산 운영, 심각한 내부 부패 등으로 미 납세자들에게 큰 부담을 안겼다며 대폭 축소 또는 해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 VOA는 개혁이 대대적으로 필요한 기관이지만, 미국 안에서는 주류 매체를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가 미국의 공공 외교 영향력을 크게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NED와 국무부의 지원을 받는 한국 내 대북 민간 단체들 역시 예산 동결 등으로 이미 존폐 위기에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성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정치권, 다수의 언론마저 이 상황을 구경꾼처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한국 정부가 대북 정보 유입과 인권 개선에 투입한 금액을 보면 너무 초라해 언급하기 조차 민망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NGO 관계자는 “통일부의 지원 규모가 올해 29억원 정도로 알고 있다며 이마저 연속성이 없어 언제 축소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언제까지 한국 국민이 김정은 정권에 겁박을 당하며 문제 수습만 해야 할까? 이참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VOK(한국의 소리) 방송을 세워 대응하면 어떨까? 북한 주민도 한국의 국내 방송과 유튜브를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어떨까? 김씨 정권을 비난하는 콘텐츠로 긴장을 고조시킬 필요 없다. 직업을 포기할 권리마저 없는 북한 주민들에겐 한국의 실업률 통계, 최저임금 인상률 같은 일상적 데이터조차 체제 비교의 계기가 된다. 야당도 생각의 폭을 넓히자. 자신들이 어떤 희생을 치르며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뤘는지를 북한 주민들과 나누는 것이 백해무익한 걸까? 국내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일관적으로 이러한 팩트 뉴스만을 보도해도 북한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제3국에 IT 인력으로 파견됐던 한 북한 청년은 지난해 내게 “유튜브를 평양 시민들에게 일주일만 노출시켜주면 북한은 완전히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이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한국 국민이 지구상 최악의 고립 속에 잊힌 북한 주민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희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