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과 전공의가 학교, 병원을 떠난 지 1년이 넘었다. 피해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의대생과 전공의가 떠난 근본 원인은 무모한 증원이지만, 의료계는 이번 기회에 그간에 해결하지 못한 여러 현안을 연계해서 정부에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다가 내년에는 증원하지 않고 그 후에는 서로 협의해서 정원을 정하자고 했다. 여기에서 그쳤으면 좋았을 텐데 3월 말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원칙대로 유급, 제적 등 법대로 하겠다고 나왔다. 현직 의사들은 이번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악화하더라도 의사 면허가 유지되지만, 학생들은 제적당하면 의사가 될 수 없다.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볼 수 있다. 이미 의사가 된 선배들과 달리 자신들이 앞길을 스스로 결정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나는 34년간 의과대학에 재직하는 동안 수련을 포기하고 각종 이유로 병원을 뛰쳐나간 전공의들을 설득해 복귀시키는 일을 여러 번 했다. 가장 어려웠던 경우는 공무원으로 퇴직 후 56세에 의대에 입학해 61세 때 인턴을 하던 A씨였다. 잠잘 시간이 없고 체력이 달려서 이러다가 죽을 것 같아서 그만두고 나왔다고 했다. 병원에는 A씨가 잠을 조금 더 잘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죽어도 돌아가지 않겠다는 A씨도 설득해 8일 만에 복직시켰다. 인턴을 무사히 마친 A씨는 가정의학 전문의로서 현재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있다.
이런 소문이 퍼져 제주도를 포함한 다른 병원의 다른 과 전공의까지 요청이 오면 설득해서 복귀를 시키곤 했다. 설득하는 과정에서 꼭 하는 말은 “지금 네가 그만두면 영영 내과 전문의가 될 수 없다. 일단 들어와서 조금 더 일을 해 보다가 정 안 되겠으면 그때 다시 그만두고 나오면 될 것 아니냐”다. 그래서 전공의가 최소 15명 복귀했다. 그중 나중에 괜히 들어왔다고 후회하는 전문의는 만난 적이 없다. 몇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았는데 나중에 만나보면 “그때 돌아갈 걸 그랬어요”라고 후회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지금 의대생들도 정부가 정원을 무모하게 증원해서 항의차 나간 것이다. 내가 지금 의대생이라도 똑같이 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예전 정원대로 신입생을 뽑기로 정부가 물러섰으니 일단 복귀해서 향후 일은 정부와 대학과 의료계가 다 모여서 현명한 방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이탈 전공의 복귀 설득 전문가(?)’로서 장담하건대 먼 훗날에 그때 괜히 복귀했다고 후회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지금 학생들과 전공의들은 원안에서 후퇴해 정부와 협상하면 지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은 “결코 두려워서 협상하지는 말라. 그러나 결코 협상하기를 두려워하지는 말라”고 했다. 정부가 내년 의대 정원을 원상 복귀시키기로 하고 추후 정원 논의를 다시 하자는 것이 기대에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그 나름대로 많이 양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니 이제는 의대생도 복귀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앞뒤를 재고 고민하고 있을 시간이 별로 없다. 나는 학생들의 투쟁은 희생이 컸지만 불가피했다고 본다. 오늘까지 그동안 얼마나 고생과 고민이 많았겠는가. 사랑하는 후배이자 제자들이여, 환자를 치료할 때 놓치면 영영 회복할 수가 없는 골든타임이 항상 있다. 지금이 적기이니 더 늦기 전에 환자들을 위해서 돌아오라. 그대들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리고 있는 삶의 의료 현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