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직 한국 ADHD협회 회장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부모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자녀가 어떤 교사를 만날지, 또래와 잘 지낼 수 있을지 염려한다. 교사 역시 어떤 학생을 맡을지, 학부모와는 관계가 원만할지 불안감을 안고 새 학기를 맞는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교사들에게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 아동은 지도하기 어려운 존재로 꼽힌다. 수업 중 자리를 벗어나거나 책상 밑에 들어가고, 친구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등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은 교사에게 상당한 부담이 된다. 교사와 부모 갈등이 커지기 쉽다.

ADHD는 단순히 산만하거나 버릇없는 성격이 아니라, 뇌의 자기 조절 기능에 어려움을 겪는 신경 발달 장애다. 주된 증상은 부주의·과잉행동·충동성으로, 일반 아동과 비교하면 주의 집중 시간이 짧고 자극에 쉽게 산만해지며 감정 조절이 어렵다. ADHD는 아동기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 있는 전(全) 생애적 장애다.

ADHD 아동을 도우려면 교사와 부모가 각자 위치에서 협력적 역할을 해야 한다. 교사는 문제 행동이 반복되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기능적 행동 평가(FBA)’를 하고, 이를 토대로 예방 중심의 개입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는 아이가 예측 가능한 가운데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일정한 기상 시간, 식사 시간, 숙제 시간, 취침 시간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숙제·게임·수면 문제는 ADHD 아동과 부모 사이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갈등 요소다. 초등학생의 권장 수면 시간은 9시간이다. 하지만 많은 ADHD 아동이 스마트폰이나 게임, 숙제 등에 몰입하느라 밤늦게 잠든다. 결국 다음 날 아침 부모와 자녀 사이에 큰 갈등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부모의 심리적 건강 역시 매우 중요한 변수다. ADHD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는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며, 부모 중 한 명이 성인 ADHD 특성을 지닌 경우도 많다. 우울, 불안, 부부 갈등 등 심리적 어려움을 함께 겪는 사례도 흔하다.

최근 해외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자기 돌봄과 자기 조절 능력은 아동의 정서적 안정과 발달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아동의 정서적 안정은 부모의 정신 건강 회복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ADHD는 조기 진단과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지 않을 경우, 학업 부진과 낮은 자기 개념, 또래 고립 등이 나타난다. 성인이 되고서도 우울과 불안, 사회적 부적응으로 고통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잠재력이 있는 인재를 잃고, 반(反)사회적 행동으로 인한 교정 및 치료 비용이 증가한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미국에서는 ADHD 아동을 위해 제도적으로 시험 시간 연장, 과제 분할, 조용한 시험 공간 제공, 상담 및 특수 교육 서비스 등 다양한 맞춤형 지원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학습 지원 대상자 제도 등 유사한 시도가 있으나, 더 폭넓고 체계적인 제도 정착이 필요하다. ADHD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교사의 전문성과 부모의 안정된 돌봄, 그리고 두 주체의 긴밀한 협력이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ADHD 아동에게는 교사, 부모, 지역사회의 연대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