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세계기상기구(WMO)는 전 세계 대양의 표층 수온이 평년 대비 0.5도 이상 높은 값을 보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내용의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를 공개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과학조사선과 인공위성 관측 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바다는 더욱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2024년 우리 바다의 표층 수온은 평년 대비 1.3도, 이전 최고 수온이었던 2023년 대비 0.65도나 높은 값을 보여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 바다는 연근해 어업의 어획 강도가 높고, 수심이 얕은 연안과 내만에 양식장이 밀집돼 있어 기후 변화에 특히 취약하다. 여름철 고수온의 장기화 등 해양 환경 변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산업 전반에 대한 기후 위기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우리 바다의 어장 형성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어종·어장 및 자원량 변화에 맞춰 모든 어선을 대상으로 총허용어획량(TAC) 제도와 감척 사업 등 연근해 어업의 구조 개선을 연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근해 수산 자원의 변화와 포획량 증감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TAC 대상 어종과 업종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또 기후 변화로 인해 어획량 감소 등 조업량에 직접 영향을 받는 어업인들을 위해 연근해 어선 수를 어업 자원에 적합한 수준으로 줄여 적정 어선 세력을 유지해야 한다.
연안 해역의 기후 변화 영향으로 날씨가 더운 여름철에는 표층으로의 질산염·인산염 등 영양염류 공급이 감소해 바다의 기초생산력이 감소하는 등 해양 환경과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진해만·천수만 등 남해안과 서해안의 폐쇄성 해역에서는 빈산소수괴(산소가 부족한 바닷물 덩어리)가 발생해 어패류의 호흡이나 생리 작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양식장에 큰 피해를 가져온다.
조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해마다 피해가 발생하는 연안 어패류 양식장은 분산하거나 외해(外海)로 재배치해 피해를 줄여나가야 한다. 또 외해 가두리 및 스마트 양식 등 첨단·자동화 중심의 기술 집약 양식 산업으로 재편해야 한다.
외해 가두리 양식은 해수의 흐름이 원활한 수심 40m 이상의 바다에 거대한 가두리를 설치해 어류를 기르는 방식이다. 오염 물질이 퇴적되지 않아 환경친화적인 양식법으로 평가받는다. 먹이 공급 등 주요 작업은 원격 자동 제어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지며, 태풍이 발생할 경우 가두리를 수면 아래로 가라앉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양식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이미 미국·노르웨이·스웨덴 등 주요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선 경남 통영 및 제주에서 참치 외해 가두리 양식을 시도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연근해 어업의 구조 개선과 양식 산업의 재편, 고수온에 견딜 수 있는 다양한 수산업 적응 기술 개발과 현장 보급 등 과학적 해법 마련은 우리 수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매우 중요한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