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민수는 학원을 마치고 상가 앞에 세워져 있는 킥보드를 타고 집에 왔다. 자기 킥보드가 아니었다. 허름한 게 주인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얼마 후 절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중학교 3학년 은영이는 아파트 단지 내에 떨어져 있던 신분증을 주웠다. 공교롭게도 스무 살 언니의 운전면허증이었다. 한창 친구들과 담배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던 차였다.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며 그 운전면허증을 제시했다. 편의점 직원이 신고했고, 은영이는 점유이탈물횡령·공문서부정행사 등으로 입건됐다. 초등학교 5학년 서준이는 요즘 야동에 빠져 있다. 학원에서 수업을 듣다가도 야한 생각밖에 안 나서 자기도 모르게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다. 한 칸에 들어가 있던 서준이는 옆 칸 소리에 너무 궁금해서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려다 피해자가 소리를 질러 바로 도망갔다.

민수, 은영이, 서준이 모두 우리 집에 있는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에게 비행 예방 교육을 해보면 모두 하나같이 “이런 거 처음 배워요!” “무엇이 나쁜 짓이고 무엇이 착한 짓인지 알게 되었어요.” “이전엔 몰랐던 법들도 알게 됐고 법을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알게 되었어요.” “성교육을 받아보니 내가 피해자에게 한 행동들이 정말 나쁜 짓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어요”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아이들은 “왜 교육을 받아야 되는지 몰랐지만 교육을 받고 나니 내가 왜 교육을 들어야 하고 내가 한 짓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비행 예방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가정에서 부모들이 아이들과 대화하며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비행 예방 교육 몇 가지를 나눠보고 싶다.

첫째, 남의 물건, 혹여 주인이 없는 것 같은 물건도 함부로 만지거나 가져가면 안 된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자. 아이들에게 “네가 잠시 세워둔 킥보드가 감쪽같이 없어진다면 어떤 기분이겠니?” 등의 질문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생각해 보고 느끼도록 하면 좋다.

둘째, 편의점이나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같은 상점에서는 아무리 값싼 물건이라도 훔치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알려줘야 한다. 한두 번 훔쳐서 안 걸린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힌다. 절도가 계속되면 언젠가는 걸리게 마련이다. 덧붙여 절도 피해를 본 점주들은 아무리 소액이라도 꼭 신고하길 바란다. 안 걸린 아이들은 꼭 다시 절도를 저지른다.

셋째, 성과 관련한 호기심은 부모나 교사 등 믿을 수 있는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요즘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니 야동을 접하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우리 아이가 벌써’라는 생각은 접어두자. 조금 이르다 싶을 때부터 부모가 아이들과 성 관련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친구나 동급생 등 또래에 대한 뒷담화나 헛소문을 퍼뜨리는 것도 학교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이런 언어 폭력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세상을 살다 보면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 꼭 있기 마련이고,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는 안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자.

가정의 달인 5월을 곧 맞이한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가정에서부터 간단한 비행 예방 교육을 해보면 어떨까.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5분 칼럼'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