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이란 말이 뜨고 있다. 프롬프트는 인공지능(AI)에 입력하는 명령어를 의미한다. 즉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AI가 최상의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AI에 지시하고 대화하는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사용자의 질문에 사람 같은 답변을 하는 AI 챗봇 ‘챗GPT’와 지시에 맞춰 다양한 그림을 그려주는 ‘미드저니’ 같은 생성 AI 서비스가 등장하며 AI와 효과적으로 이야기하는 법이 중요해진 것이다.
AI에 지시를 내리는 것에 기술이 왜 필요하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AI는 지시어의 형용사나 부사 하나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내놓는다. 사람이 볼 땐 몇 단어만 다를 뿐 전체 맥락으론 동일하지만, AI 입장에서는 그 차이로 인해 기존보다 월등한 품질의 결과물을 내놓는다. 예컨대 ‘꽃밭에 서 있는 연인을 그려 달라’고 지시할 경우, 이 지시문에 ‘생생하게’나 ‘화려하게’ 같은 형용사를 넣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풍의 그림이 나온다.
테크 업계에선 AI가 보편화되면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본다. 미래에 사람 못지않은 판단력과 지성을 가진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범용 인공지능)가 나오기 전까지 AI와 대화하고 지시하는 수준에 따라 AI 활용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진 인터넷 활용도에 따라 정보·지식의 접근성에 차이가 났다면, 이젠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술에 따른 AI 활용성의 차이가 지식 격차를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테크 기업들은 벌써부터 AI와 대화를 잘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있다. 이달 초 구글이 5000억원을 투자한 미 샌프란시스코의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은 지난달 연봉 3억~4억원 수준의 프롬프트 엔지니어·데이터 라이브러리 관리자 채용 공고를 냈다. 미국의 프리랜서 고용 플랫폼인 업워크에도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찾는다는 공고 7개가 올라왔다. 아예 그림 그려주는 AI에 집어넣어 멋진 그림을 만들 수 있는 프롬프트를 돈을 주고 거래하는 온라인 사이트도 생겼다. AI와 대화를 잘하면 돈을 벌 수 있는 셈이다. 미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직업의 미래는 AI와 얼마나 잘 대화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란 말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없던 말이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는 속도는 날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인간이 20년간 정보를 습득하는 보편적 수단이었던 인터넷 검색에 챗GPT가 적용되며 AI 검색 시대가 열린 것이 대표적 사례다. 예상보다 더 빨리 더 많은 직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고 우리 삶의 모습이 바뀔 수 있다. 아직은 멀었다고 생각했다간 거센 변화의 물결에 휩쓸려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