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쿠팡플레이가 선보인 ‘슈팅스타’는 은퇴한 축구 전설들이 팀을 꾸려 현역 K리거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박지성이 단장, 최용수가 감독, 설기현이 코치를 각각 맡았다. 이 셋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들이다.
요즘 ‘2002 세대’를 가장 찾기 쉬운 곳은 축구협회나 구단 사무실, 혹은 경기장 벤치가 아닌 TV 예능이다. SBS 인기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은 2002 멤버들의 경연장. 김병지와 김태영, 최진철, 이영표, 이천수 등이 여자 연예인 축구 팀을 이끌고 열정을 불태웠다.
2002 전설들의 예능 출연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한일 월드컵은 그들을 ‘셀럽’으로 만들어 주었고, 스타를 원하는 방송사와 두둑한 출연료를 챙길 수 있는 축구인들의 ‘니즈’는 맞아떨어졌다. 축구 현장에서 불러주지 않으니 예능이라도 나가는 것 아니냐고 항변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아시안컵 4강 탈락 이후 혼란의 1년을 겪은 한국 축구가 새 수장을 뽑는 준비를 하는 이 시기에 2002 세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못내 아쉽다.
4선 도전에 나선 정몽규 현 축구협회장은 인기가 바닥이다. 올해 협회는 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등 헛발질의 연속이었다. ‘대항마’로 나선 허정무·신문선도 새 바람을 불러올 인물은 아니라는 평을 받는다.
그런 면에서 2002 세대 막내 라인이자 차세대 행정가로 꼽히는 박지성과 이영표 등에게 시선이 쏠린다. 리얼미터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최근 여론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누가 차기 축구협회장으로 적합한가’란 질문에 응답자의 35.9%가 박지성을 뽑았다. 박지성은 최근 “협회는 신뢰를 잃었고, 정직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의 행보는 ‘책임’이란 단어에선 한 발짝 비켜 선 모습이었다. 2017년 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을 맡았다가 1년 만에 스스로 물러났고, K리그 전북 현대에선 테크니컬 디렉터로 감독 선임과 선수 영입 등 주요 사안을 지휘하다 지난 8월 구단 고문으로 역할을 바꿨다. 전북은 부진을 거듭하며 2부로 떨어질 뻔했는데 이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이영표는 협회 부회장으로 재임하다 작년 사면 파동 때 사퇴했다. 정해성 이전에 전력강화위원장 물망에 올랐지만 맡지 않았고, 감독 선임 논란이 터지자 “축구인은 행정을 하면 안 된다”며 스스로 선을 그었다.
그동안 2002 세대가 ‘훈수’를 두는 모습은 잘 봤다. 한국 축구를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으니 이제 그들도 부딪치고 깨져가며 자칫 잃을 것도 많은 도전을 해봤으면 좋겠다. 선거전에 뛰어들어 더 나은 한국 축구를 위한 공약 대결을 하고 치열하게 논쟁도 펼쳐보면 어떨까. 여자 연예인 팀의 승리를 위해 이 악문 모습보다는 축구로 국민에게 받은 사랑을 축구로 보답하겠다는 뻔한 말을 제대로 행동에 옮기는 2002 전설들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