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문제로 또 법정에 서게 됐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등 전⋅현직 삼성 임직원 10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을 불기소하고 수사를 중단하라고 검찰에 권고했지만, 검찰은 끝내 기소를 강행했다. 이 부회장의 공소장에는 지난 6월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없던 ‘업무상 배임’ 혐의까지 추가됐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회계 분식을 했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 부정 거래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은 지난 6월 기각됐다. 영장 담당 판사는 검찰 수사가 ‘소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수사심의위원회는 10대3이라는 압도적인 표결로 이 부회장 불기소는 물론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결론 냈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만든 제도다. 그런데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했다. 이러려면 뭐 하러 외부 권고를 받는 제도를 만들었나.
이 사건을 수사한다며 검찰은 19개월 동안 임직원 110명을 430여 차례 불러 조사하고 50차례 이상 압수 수색을 벌였다. 그런데 정작 사건의 본질인 회계 부정은 입증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증거인멸 혐의로 8명이나 구속했다. 과잉 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부회장은 2016년부터 4년간 구속과 수사, 재판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또 재판을 받게 되면서 사법 리스크가 최장 10년은 더 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가장 큰 잘못은 대통령 요구를 단호히 거절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에 그럴 수 있는 기업인이 한 명이라도 있나. 그 죄로 당해야 하는 고초가 너무 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