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승자가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으로 사실상 굳어졌다. 한국의 안보와 번영은 한미 동맹 위에 서 있다. 지난 4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행동으로 난맥상을 보였던 미국의 대외정책은 동맹과 자유경제체제를 중시하는 전통 노선으로 복귀할 것이다. 당장 트럼프의 ‘리얼리티 쇼’였던 대북 비핵화 협상 방식은 원점에서 재출발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이른바 ‘톱다운’ 방식 회담은 북핵 폐기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선거용 쇼가 필요한 트럼프를 남과 북의 정권이 이용한 것이었다. 그 어떤 협상이든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실질적 세부 사항을 조율하지 않은 채 정상회담을 먼저 연다는 것은 협상이 아니라 TV 카메라를 위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실무 협상을 통해 합의 이행을 단계적으로 밟아 올라가는 정반대 접근법을 취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의 무지와 허영을 이용하던 김정은과의 깜짝 평화 쇼는 끝났다. 북핵이 더 커져도 종전 선언부터 하고 보자는 역주행 구상도 수명을 다했다.
사실상 대북 정책을 방기했던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노선을 바이든 정부가 답습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쇼에 대한 미련은 버리고 북핵 폐기를 위한 실질적이고 창조적인 구상을 준비해야 한다. 동시에 한미 연합훈련 등 안보 태세도 정상화해야 할 때다.
바이든 후보는 집권하면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되 동맹국과의 연대를 통한 ‘다자주의’ 방식을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의 중국 압박이 미국의 일방적 행동이었다면 바이든은 한국, 일본, 유럽 등 전통 우방과의 협력을 통해 통상뿐 아니라 환경·인권 문제까지 범위를 넓혀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이 점에서는 어느 정도 거래가 가능한 트럼프보다 원칙을 중시하는 바이든이 더 까다로운 상대일 수 있다.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 식의 양다리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미·중 사이에 선택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2013년 6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 한⋅중 FTA 조기 체결 등을 담은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발표하자 그해 12월 한국을 찾은 바이든 미 부통령은 “미국에 반대하는 쪽에 ‘베팅’하는 건 결코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주도면밀한 준비와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