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달 신임 검사 면접위원을 맡은 검찰 간부 24명에게 1인당 50만원씩 들어있는 돈 봉투 1200만원을 나눠준 사실이 드러났다. 면접위원들에게 지급되는 출장비나 수당과는 별도의 ‘금일봉’으로 이른바 ‘특활비'(특수활동비)에서 지급했다는 것이다. 돈 봉투에는 ‘심재철’ ‘수사활동지원'으로 적혀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격려금과 무엇이 다른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특활비 사용 비리를 캐라고 감찰 지시를 내리더니, 오히려 법무부가 특활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게 폭로된 것이다.
이번 돈 봉투 논란은 3년 전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돈 봉투 만찬’ 사건을 연상케 한다. 당시 이 지검장은 후배 안 국장 등 법무부 간부들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격려금 봉투를 돌리고 밥값을 냈다. 안 국장은 국정 농단 수사를 하던 검사 6명에게 70만~100만원씩 450만원의 돈 봉투를 돌렸고, 반대로 이 지검장은 법무부 과장 2명에게 100만원씩 200만원을 건넸다. 이 돈 모두 검찰 특활비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감찰을 지시하고 둘 다 좌천시켰다. 취임 8일 만에 내려진 첫 공직 감찰 지시에 이들은 즉각 면직 처분을 받았다. 말이 감찰이지 당장 수사하라는 지시였다.
결국 이 전 지검장에게는 억지 죄명을 덮어씌워 재판에 넘겼다. 1·2·3심 무죄에 징계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아냈지만 하루아침에 명예를 잃었고 집안의 우환으로 이어졌다. 안 전 국장은 면직 취소 처분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올 들어 법무부는 사표를 받기 전에 감봉 6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런데도 법무부는 심 국장은 현장에 직접 가서 전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태근 돈 봉투'와 비교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라고 주장한다. 돈 봉투를 밥 먹으면서 건네면 안 되고, 얼굴 안 보고 돌리면 괜찮다는 법리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나.
심 국장은 추 장관 취임 후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반부패부장 재직 시 조국 전 장관의 무혐의를 주장하다가 후배 검사로부터 “당신이 검사냐”는 항의를 받았을 정도로 정권에 충성하고 정권의 사랑을 받는 검사다. 특활비도 ‘내 편'이 쓰면 문제없고, ‘네 편'이 쓰면 문제가 된다는 원칙이라도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