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전 국민이 '미친 집값' '전세 대란'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동탄 공공임대주택을 찾아가 "굳이 자기 집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임대주택이 충분히 좋은 주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발언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통령 사저 크기를 6평으로 제한해 달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대통령이 공공임대 주택 단지를 둘러보며 4인 가족도 살 만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3평 규모 임대주택에서 4인 가족도 살 수 있다고 설명하자 대통령이 “신혼 부부에 아이 한 명이 표준이고, 어린아이 같은 경우는 두 명도 가능하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대통령은 “공간 배치가 아늑하다” “굳이 자기 집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임대주택이 충분히 좋은 주택으로 발전해 갈 수 있다” 같은 말도 했다.

대통령 발언이 보도되자 “부동산 민심을 너무 모른다” “집값 잡기는 포기하고 공공 임대 홍보에 나선 거냐” “사진 보니 3명도 꽉 차 보인다” 같은 비판이 쏟아졌다. 야당 정치인들도 “자신들은 아무도 안 살려고 하면서 국민들에게만 임대주택에 살라고 한다” “퇴임 후 795평 사저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다”고 했고, 급기야 “(퇴임 후 내외 두 분만 사실 테니) 대통령 사저 크기를 6평으로 제한해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대통령 말에 민심이 들끓자 청와대 대변인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고 ‘질문’을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가짜 뉴스’라면서 언론에 책임을 돌린 것이다. 전후 맥락을 보면 ‘4인 가족도 살 수 있겠다’고 맞장구친 게 맞는 데 왜 가짜 뉴스란 말인가.

청와대 대변인은 야당 비판에 대해선 “(공공임대) 입주민들을 낙인 속으로 밀어넣고 상처를 주려는 이유가 뭐냐” “대통령과 국민을 이간한다”고 맹비난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도 “‘문재인 조지기'의 후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야권의 ‘정치 공세’로 매도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와 대통령의 상황 인식에 대한 문제 제기를 공공임대 거주민에 대한 ‘멸시’로 호도하는 대응이다. 대통령의 말실수를 ‘국민 이간’으로 물타려는 것이다.

정상적 판단력을 가진 대통령이라면 24번의 정책 실패로 3년 만에 서울 집값이 58%나 뛰고, 전·월세 시장을 뒷돈 거래가 난무하는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데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고, 민심을 헤아리며 정책 전환으로 해법을 찾을 것이다. 미친 집값 탓에 무주택자들이 ‘영끌 빚투’까지 해가며 절박하게 내 집 마련에 매달리는데, ’2025년까지 공공임대 240만호 공급' 같은 ‘희망 고문’식 처방을 제시하는 게 상식적인가. 당장 죽게 생긴 환자한테 5년 뒤 새 치료제가 나온다는 말이 무슨 소용인가. 공공임대 확대는 실현 가능성도 의문이지만 수요자가 원치 않는 해법이다. 대다수 무주택자는 공공임대보다 자가 아파트를 원하고 있다. 대통령이 찾아간 공공임대 단지가 입주자 모집을 네 차례나 했는데 아직도 네 채 중 한 채는 빈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