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사과했다. 야당 대표가 소속 전직 대통령 두 명이 탄핵되고 수감된 일에 대해 국민 앞에 처음으로 고개를 숙인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지 4년이 흐르도록 야당이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그토록 힘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김 위원장의 사과도 당내·외의 심각한 반발에 부딪히며 진통 끝에 이뤄졌다.
우리 국민 중 상당수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될 정도의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또 나이 70과 80을 바라보는 두 전직 대통령에게 20년 내외의 징역형을 받아야 할 만큼의 불법이 있었는지에 대해 여전히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아래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현 정권의 심각한 비위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런 심리가 더욱 커지기도 했다. 개중에는 박 전 대통령이 이미 4년 가까이 수감 생활을 하고 있고, 이 전 대통령도 재수감된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사과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김 위원장이 사과할 자격이 있느냐는 반론도 상당하다.
그러나 또 다른 많은 국민들은 지금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는 별개로 박, 이 전 대통령의 문제 또한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식, 무능과 아집, 작은 이익에 대한 집착 등으로 특히 젊은 층의 반감이 크다. 야당이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이 아직까지도 탄핵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 2016년 총선부터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올봄 총선에 이르기까지 전국 단위의 선거에서 연전연패한 근본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당의 이름과 간판을 바꾸고, 비상대책위를 두 번이나 출범시키는 등 몸부림을 쳐왔지만 핵심이 빠진 허사였다.
우리 사회 30, 40대 유권자들은 4월 총선서 현 집권당에 압승을 몰아준 이유를 정권이 잘했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는다. 현 정권이 싫은 것보다 현 야당이 더 싫다는 것이다. 그런 심리엔 “전 정권 잘못을 인정 않고 현 정권만 비난하는 광화문 집회 세력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 나라의 앞날을 짊어질 젊은 세대가 눈길도 주지 않는 정당에 무슨 미래가 있겠나.
폭넓은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하는 야당이 선거에 연전연패하면서 정권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를 불렀다. 이는 나라의 불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북한이 요구한 법이 우리 국회를 통과하는 믿지 못할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있어야 정권이 폭주하지 못한다. 두 전직 대통령 문제는 국민의힘이 어차피 한 번은 풀고 지나야 할 숙제였다. 야당은 이번 사과를 젊은 층, 중도층 지지 회복으로 수권 정당으로 거듭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