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학부모들이 교육부의 일괄 폐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의원 시절 ‘공교육 중심의 교육 평준화가 중요하다’고 해왔다. 자사고 때문에 교육 서열화가 만들어진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자기 자식은 자사고를 거쳐 1년 수업료만 4200만원이나 드는 외국인학교를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외국에서 학교를 다닌 딸이 외국인학교 가기를 희망했다”고 했다. 6억8000만원을 전 재산으로 신고한 황 후보자는 “딸의 수업료를 대느라 세 가족이 월 60만원가량으로 생활했다”고 했다. 그 말도 믿기지 않지만 자기 자식은 금수저 교육을 하면서 ‘평준화 교육을 하자’고 말해온 용기가 놀랍다.

의원 시절 외국어고 등 특목고 폐지를 주장해온 권칠승 장관은 야당 의원들이 딸은 왜 외고를 보냈냐고 하자 “특목고 폐지는 저의 오랜 소신이지만 딸이 가겠다는 걸 어떻게 말리겠냐”고 했다. 그 당당함에 말문이 막힌다. 자식을 특목고·외국인학교에 보내는 것은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겉으로 ‘외고 폐지’ ‘평등 교육’을 외치며 제 자식은 외고, 자사고에 보내는 것은 다른 얘기다. 제 자식을 남보다 앞세우기 위해 일탈도 서슴지 않는다.

조국씨는 “외고 출신은 대학에서 어학 전공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하던 사람이다. 그런데 자기 딸은 외고를 졸업시킨 뒤 이공계 대학을 거쳐 의전원까지 보냈다. 그 과정에서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서류를 조작했다. 반성은커녕 의사 시험을 치르게 하고 인턴 과정까지 밀어붙인다. 그런 사람이 남의 자식들에겐 “용이 되려 하지 말고 개천에서 가재·붕어·개구리로 살라”고 했다. 서울시 교육감의 아들 둘은 모두 외고를 다녔다. 이런 사람이 “양반 제도 폐지를 양반 출신이 주장할 때 더 설득력 있고 힘을 갖게 된다” 며 특목고·자사고 폐지를 추진해왔다. 그는 다른 사람 자녀들을 강제로 혁신학교로 배정하려 했다. 딸이 외고를 나온 여권의 유력 인사는 ‘딸이 다녀보니 외고를 없애야 한다고 하더라’고 했다.

이 정권 사람들의 내로남불은 너무 많아 헤아릴 수가 없다. 이들의 가장 전형적인 특징 같다. 이래도 선거에서 이기니 이제 내로남불이 드러나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뭐가 어때’ ‘해볼 테면 해보라'며 고개를 쳐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