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약품청(EMA)이 “아스트라제네카(AZ) 접종과 혈전 생성의 연관성이 매우 낮다”며 접종을 권고하면서 우리 정부도 이 백신을 계속 접종하기로 했다. 23일부터 요양병원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65세 이상에 대해 AZ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유럽의약품청은 AZ 접종을 권고하면서도 “매우 드문 혈액 응고 장애 보고가 있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AZ 백신이 100% 안전하다고 확답하지 않은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AZ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자 이 백신 접종을 중단하고 의약품청의 검토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이 나라들도 백신 부족을 겪고 있긴 하지만 다른 백신들이 있었기 때문에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올 상반기 확보한 백신의 대부분이 AZ 백신이라 그럴 처지가 못 된다. 조기 백신 확보 실패 여파가 방역 당국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나라 가운데 104번째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7회원국 중 꼴찌였다. 미국·유럽 등보다는 두 달 정도 늦었고 동남아·아프리카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나마 백신이 부족하다 보니 접종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6일 백신 접종을 시작해 20일까지 인구의 1.32%인 67만6900명을 접종하는 데 그쳤다. 23일 동안 하루 평균 2만4300명꼴로 맞은 셈이다. 이 속도대로 인구의 70%가 맞아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8년 가까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백신 확보는 앞으로도 문제다. 올 2분기 1150만명에게 접종하는 것이 정부 목표인데, 확보한 백신은 805만명분에 그쳐 345만명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요국들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 미리 다양한 백신을 확보해 리스크를 분산시켰다. 반면 우리 정부는 지난해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백신 계약을 미적거리다 지금과 같이 AZ 백신에 목매는 상황을 자초했다. 이 정권은 가덕도 신공항이나 4차 재난지원금같이 선거에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번개같이 결정해 발표했다. 그런데 정작 국민 안전에 필수적인 백신 확보는 왜 이렇게 늦었는지, 왜 AZ 백신 하나에 목매게 만들었는지 나중에라도 분명한 규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