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위안부 피해자의 손해 배상 소송을 각하했다. 서울지법은 지난 1월 같은 내용의 별도 재판에서는 피해자 승소 판결을 내렸다. 3개월 만에 정반대 판결이 나온 것이다. 일본의 무대응으로 1차 재판의 피해자 승소는 이미 확정됐다. 이례적인 사법 혼란이다.
한국에서 일본의 위안부 범죄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분노하고 피해자 구제에 동의한다. 판사들도 사람인 이상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재판은 다른 문제다. 처음부터 끝까지 법적 논리를 따라야만 한다. 이 재판은 일본의 유무죄가 아니라 ‘한국 법원이 일본 정부를 재판할 수 있는가’라는 ‘국가면제’ 적용 여부가 핵심이었다. 대부분 나라가 비슷한 전쟁 범죄에 대해 국가면제를 받아들이고, 자국 피해자라도 패소 판결을 내렸다.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도 같다. 법이 아니라 외교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합리적인 국제 기준이 이렇다. 한국 법원은 1차 재판에선 국민 감정을, 2차 재판에선 세계 법정의 보편 논리를 따랐다.
이번 사법 혼란은 문재인 정권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문 정권은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고 일본의 출연금을 회수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했다. 외교 노력은 완전히 방치했다. 그동안 문 정권은 각종 국경일 행사에 위안부 할머니를 불러 국내용 반일 이벤트만 벌였다. 그러다 남북 이벤트를 위해 일본이 필요해지자 대통령은 갑자기 위안부 피해자가 승소한 1차 판결에 대해 “솔직히 곤혹스럽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 반일 몰이 하던 그 사람이 맞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번에 법원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사법적 의미가 있고 지금도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이것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다. 위안부 문제는 국제 문제다. 합리적, 합법적이지 않으면 국제 여론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 법원 일각은 반일이라면 엉터리 판결을 내려도 괜찮고 박수도 받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윤미향 같은 사람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분위기를 탄 것이다. 이 수준을 벗어나야 진정한 피해자 구제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