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한 ‘문케어’ 4주년 보고대회를 갖고 이 정책으로 “지난해 말까지 국민 3700만명이 의료비 9조2000억원을 아낄 수 있었다”고 했다. “국민으로부터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정책 중 하나가 됐다”고도 했다. 지금 대통령이 이런 자랑을 늘어놓을 때인가. 신규 코로나 확진자가 11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12일에도 2000명에 육박하는 등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델타 변이 확산은 대통령 말처럼 “세계적 현상”이라지만 우리 국민은 백신을 맞고 싶어도 맞지 못하는 신세라서 특히 불안하다. 백신이 차고 넘치는 가운데 코로나가 번지는 나라와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접종률이 최하위로 처지게 된 것은 코로나 확산 초기 국민들이 방역 지침에 충실히 따르면서 확진세 차단에 성공하자 방심한 정부가 백신 확보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보다 뒤늦게 물량을 확보했다지만 대통령이 작년 말 화상 통화로 확보했다고 발표한 모더나 백신이 잇따라 공급 펑크를 내면서 접종 차질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모더나 백신 확보가 대통령 공적인 것처럼 요란하게 홍보했던 만큼, 문제가 생긴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마땅히 사과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통령은 한마디도 없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대해 ‘문케어’라는 이름을 붙여가며 개인 업적으로 떠받들 일인지도 의문이다. 선택진료비 등을 없애고 초음파·MRI 등 일부 비급여 항목에도 건강보험을 단계적으로 적용해 국민들의 개인적 부담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때문에 2018년부터 건강보험 재정에 3년 연속 적자가 발생했다. 2019년엔 2조8243억원까지 늘었다가 지난해엔 코로나 영향으로 다른 호흡기 질환이 줄고 병원 이용도 감소하면서 3531억원으로 줄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코로나 발생 직전 “문케어 확대로 2024년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을 다 쓰고 누적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측했다.
결국 국민 주머니에서 나가던 의료비를, 국민이 채워 넣어야 할 건강보험 재정에서 대신 내준 것일 뿐인데 마치 혁신을 통해 의료비를 줄인 것처럼 자랑했다. 더구나 코로나 확산 국면에서 코로나 주무부처 관계자들을 불러 놓고 자화자찬을 하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대통령과 참모들의 정신세계에 아연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