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예방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6.16. photo@newsis.com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선언했다. 안 대표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 과정에서 여러 차례 합당을 약속했다. “단일 후보가 안 되더라도 합당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 4개월여 시간을 끌면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개인 감정이 담긴 신경전을 벌이더니 결국 약속을 깼다. 대선 후보 선출 방식, 당명 변경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하지만 진짜 이유는 지분 다툼과 두 대표 간 감정싸움 때문일 것이다. ‘새 정치’의 상징임을 자처하던 안 대표가 국민 앞의 약속을 파기하는 구태(舊態)를 보여주었다.

국민의힘 이 대표도 공범이나 마찬가지다. 작은 정당이지만 독자적 지지세가 있어 야권 통합에 꼭 필요한 상대방을 모욕 주며 압박해왔다. 자기 휴가 시작일을 협상 시한으로 제시하는가 하면 안 대표를 향해 “요란한 승객” 등으로 비유하며 조롱했다. 제1야당 대표다운 포용력 대신 협량한 공세로 야권 통합 기조에 찬물을 끼얹었다. 두 대표는 같은 지역구를 놓고 경쟁하면서 묵은 감정의 앙금이 크다고 한다. 그 결과 국민 절반 가량이 바라는 정권 교체의 첫걸음부터 망치고 말았다.

국민의힘의 내부 갈등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 대표와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선 후보 토론회 문제 등을 놓고 10여 일째 쉼 없는 갈등을 빚고 있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측 인사들 사이에 “권력욕 부추기는 하이에나” “탄핵 가능성” 등의 거친 공방이 오갈 지경이 됐다. 급기야 이 대표 측이 윤 전 총장과의 통화 녹취록을 유출시켰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내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4·7 재보선을 전후해 야당 지지율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이는 문 정권의 거듭된 폭정과 무능에 따른 반사 이익일 뿐이다.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다. 그런데도 야권은 선거 승리가 확정적이라는 환상에 빠진 듯하다. 마치 정권 교체가 다 되기라도 한 듯 ‘내 몫부터 챙기겠다’는 식의 세력 다툼만 치열하다. 당 대표와 대선 후보들이 사방으로 뒤엉켜 서로 물어뜯으면서 ‘다중 분열’이란 말까지 나온다. 집값 폭등, 일자리난, 코로나 확산 등으로 고통받는 국민에 대한 염려는 안중에 없고 새로운 국정을 향한 비전은 실종됐다.

이런 사람들이 정권 교체를 외칠 자격이 있기는 한 건지부터 의문이다. 지난 4월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론이 정권 유지론을 20%포인트 이상 앞섰지만 최근 조사에선 8%포인트 차이로 줄었다. 야권에서 벌어지는 볼썽사나운 이전투구를 보며 국민들도 점차 마음을 돌리고 있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