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오른쪽) 경기도지사가 2021년 5월 1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 현장에서 열린 '반도체 생태계 강화 연대 협력 협약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 벌어진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낸 것은 처음이다.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기자들 질문에 “청와대는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한 것이 그간 보인 반응의 전부였다.

문 대통령은 이 지사 후보 선출 당시 “민주당 당원으로 이 지사의 후보 지명을 축하하며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는데 불과 이틀 만에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당 대선 경선의 최종 관문이었던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62.3% 득표율로 이 지사(28.3%)를 2배 이상 앞서는 결과가 나온 것에 놀란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장동 비리에 이 지사 책임이 크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 경우가 많다. ‘대선에 지면 죽는다’는 생각을 가진 정권이다. 문 대통령이 이 지사의 대선 경쟁력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게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간 늑장과 부실로 점철된 검경 수사 과정을 보면 이런 지시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의 첫 압수수색은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지 16일 만에 이뤄졌다. 핵심 증거인 휴대폰은 압수수색 대상자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창밖으로 내던지는 바람에 못 찾았다고 했는데 경찰은 하루 만에 찾아냈다. 특혜 비리 구조의 설계자 중 한 사람인 남욱 변호사는 의혹이 불거지자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했다. 검찰이 출국 금지를 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지난 4월 대장동 개발 시행사 화천대유 법인 계좌에서 현금 수십억 원이 인출되는 등 수상한 자금 흐름이 담긴 자료를 금융정보분석원으로부터 넘겨받았지만 5개월째 수사를 뭉갰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 지시를 계기로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검경이 한곳에 모인다 해도 여당 대선 후보 관련 수사를 눈치 보지 않고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 거라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수사 결과가 나온다 해도 국민이 믿지도 않을 것이다.

대선 전 가장 신속하게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방법은 특검뿐이다. 여당은 대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와 시간이 촉박하다고 하지만 상설특검법을 활용하면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 피의자들 육성이 담긴 녹취 파일이 있고 의혹 당사자들 간 갈등이 심각해 수사기관 의지만 있다면 사건의 실체를 풀어내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이 지사는 대장동 사건에 대해 ‘국민의힘 화천대유 게이트’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지사가 특검을 자청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애초에 이 지사가 특검을 수용하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여당 선거인단 투표에서 참패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진실 규명을 원한다면 특검 도입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