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연합뉴스

공수처가 언론사 기자들을 상대로 누구와 통화했는지를 캐는 ‘전화 뒷조사’를 무더기로 하면서 TV조선 기자 본인뿐 아니라 그의 가족들과 취재원까지 반복적으로 조사한 사실이 확인됐다. TV조선 기자의 어머니는 4차례나 전화번호,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 정보를 조회당했다고 한다. 기자의 여동생과 민간 연구원인 취재원도 각각 2차례씩 조회를 당했다. TV조선은 지난 6월 이후 현장 취재 기자부터 부장까지 12명이 29번이나 공수처의 전화 뒷조사를 받았다.

본인과 가족을 합쳐 10차례나 전화 뒷조사를 받은 TV조선 기자는 공수처의 이른바 ‘황제 조사’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특종 보도했다. 지난 3월 공수처가 조사받으러 오는 이성윤 서울지검장을 공수처장 관용차로 모셔온 장면이다. 대통령 수족으로 불린 이 지검장을 수사하는 흉내만 낸 것이다. 이 보도 직후 공수처는 TV조선 기자가 CCTV 영상을 입수한 경위를 내사한다고 했다. 과거 수사 기관이 비판 언론을 위협하거나 보복할 때 쓰던 방법이다. 지난 6월 TV조선이 공수처의 내사를 받은 사실을 보도하자, 공수처는 기자들의 휴대전화를 마구잡이식으로 뒷조사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공수처가 전화 뒷조사를 벌인 언론사는 15곳, 기자는 40여 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언론사와 기자들이 공수처의 통신 자료 조회 여부를 이동통신사에 추가로 확인하면서 전화 뒷조사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수처는 “수사 중인 피의자의 통화 상대방을 확인한 것뿐”이라고 한다. 공수처가 기자를 수사 대상으로 삼아 통화 내역 전체를 확보한 뒤 주변을 상대로 광범위한 전화 뒷조사를 벌였다는 뜻인가. 그렇지 않고는 기자의 어머니 등 가족이 전화 뒷조사를 당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언론인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아닐뿐더러 정권에 불리한 보도를 한 것이 범죄가 될 수도 없다.

수사 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언론이나 민간인의 정보를 캐는 것은 불법 사찰이며 중범죄다. 공수처는 어떤 범죄를 수사하면서 기자들과 주변의 전화를 뒷조사했는지, 기자에게 무슨 혐의를 적용해 통신 영장을 받았는지 등을 당장 밝혀야 한다. 언젠가 모두 밝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