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틀 뒤인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를 찾아가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1호 지시는 수많은 직장에서 노노 갈등을 일으키고 청년층의 울분을 촉발했다. /연합뉴스

인천공항공사에서 지난 8일부터 사장 두 명이 함께 재임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 지시에 따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총대를 매다 여론이 악화되자 작년 9월 느닷없이 해임됐던 국토부 관료 출신 전 사장이 해임 취소 소송에서 이겨 사장 자리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틀 뒤 인천공항공사를 방문,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0) 시대를 열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문 대통령 ‘1호 지시’였다. 이후 공사 노사는 긴 협상 끝에 자회사를 만들어 비정규직 1만명 대부분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자회사 고용’이 대통령 1호 지시의 성과에 걸맞지 않다고 판단한 청와대의 개입으로 보안 검색원 1900명을 본사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취업 준비생과 청년층에서 “이게 공정이냐”며 역차별 논란이 일고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는 지침대로 실행하려던 사장을 전격 해임했다. 영장도 없이 사장 사택까지 뒤진 끝에 ‘태풍 때 비상 대비 태세를 소홀히 했다’는 등의 황당한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사장이 문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취소 소송에서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과 정부는 사과는커녕 항소를 선택했고, ‘한 지붕 두 사장’ 사태를 낳았다. 복직된 사장은 본사 출입증도 없고 업무 전산망 접속도 못 하는 상태로 출근을 계속하고 있다.

이 모든 사태는 정규직의 과도한 기득권, 그로 인한 비정규직 수요 급증이란 고용 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대통령의 무리수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업이 다양한 고용 형태를 선택할 수 있게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문 정부 5년 동안 비정규직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160만 명이나 늘어난 것이 현실을 말해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자신의 1호 지시가 논란을 일으켜도 외면으로 일관했다. 수많은 일터에서 노·노 갈등이 생기고 청년층의 울분이 쌓여도 내내 나 몰라라 했다. 정부 지침대로 이행하던 공기업 사장을 희생양으로 만들어 몰아내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정부가 ‘인국공 사태’에서 나를 희생양 삼았다”는 당사자 주장에 변명할 말이 없을 것이다.